송기상/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어두운 저녁에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노라면 아무도 없는 공간만이 자기를 맞고 있는 그런 난감한 상황을 다들 한 번씩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가족 간의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도 자기를 기다려 주지 않은 그런 어두운 아파트에 선뜻 혼자 들어가는 것을 즐거워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인구가 점점 노령화 되어 간다고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노인들의 경우에 어쩔 수 없이 따라 붙는 것이 병이고 외로움이다. 그러기에 늙어 덜 외로우려면 집을 골프장 옆에 얻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자식들이 부모를 뵈러 자주 오지는 않을지라도 손자 손녀를 부모에게 맡겨두고 골프를 하러는 자주 올 것이므로 골프장 옆에 집을 얻는 것이 노후 대책 중 하나라고 하니 늙어서 겪는 외로움을 달래줄 방법이 어쨌든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런 여유가 없다면 이제는 동반자 로봇을 찾아볼 때가 되었다. 동반자 로봇이란 인지적 기능을 지닌 로봇으로서 인간의 보조자로서 인간을 돕거나 인간과 동반자처럼 행동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로봇에는 1999년 일본의 SONY사가 감정표현이 가능한 애완용 강아지 로봇‘아이보(Aibo)’를 팔면서 그 가능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인간과 가까이서 행동하며 ‘실아야 하기’때문에 이런 로봇에게서 요구되는 중요한 기능 중에 한 가지는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거나 로봇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아이보라는 강아지 로봇은 입력된 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의 감성을 표현하며 주인의 의지에 따라 행동양식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당시이었지만 사람의 감정에 따라 반응할 줄 아는 기능으로 인하여 로봇 신드롬을 일으킨 경우이다.
이후에 지속적으로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렇게 인간의 특징과 오감을 인식하는 능력을 로봇이 갖추게 되면 이는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 인간이 해야 하는 무겁고 더럽고 힘든 일을 대체하던 자동화 기계나 컴퓨터와 달리 우리에게 로봇이 마치 또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노인들의 고독감 해소나 한 자녀 가구의 경우 아이들과 놀아주는 형제나 자매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됨을 알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동반자 로봇은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 그리고 처해 있는 상황을 인식해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마치 돌보는 사람이 하듯이 적절한 대응을 통하여 사람을 즐겁게 해주거나 위로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로봇이 이러한 동반자 역할을 하게 된다면 노인들은 짐승을 돌보는 수고대신에 강아지나 또는 사람의 옷으로 치장하고 가까이에서 놀아줄 동반자를 얻게 될 것이다. 로봇과 친해지며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를 로봇에게 학습시키면 속은 기계지만 겉은 사람이나 짐승과 같은 로봇이 가족처럼 또는 애완동물처럼 늘 우리 곁을 지키는 날이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날을 그려보는 것이 좀 쓸쓸함은 무슨 연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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