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20)

장례식을 거행하려면 많은 준비와 수고가 필요하다. 부고(訃告)를 작성하여 알리고, 음식을 장만하여 조문객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등 어디서 어떻게 장례를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은 죽음과 상실의 충격보다 더 큰 현실의 필요와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특히 장례식 때 찾아온 조문객들의 위로는 흔히 상실로부터 오는 외로움을 극복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넷째, 장례식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시켜 준다. 장례식을 치르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내면세계를 정돈하고 정리하면서 외부적으로는 가족이나 부모 혹은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고대 유대인들은 시체를 불결한 것, 만져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겼다. 초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사악(邪惡)한 혼령(魂靈)이 있다고 믿었고, 그 혼령을 쫓기 위해 공중에 창을 던지거나 화살을 쏘았다. 여러 문화권에서 ‘사악한’ 죽은 자를 돌보는 예식이 있었고, 비록 우리 자신은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그 모든 예식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었다. 묘비를 만드는 풍습도 어쩌면 사악한 영혼을 지하에 가두기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군대의 장례식에서 예포(禮砲)를 쏘는 것을 고인에게 마지막으로 경의를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 하지만, 그것은 원주민들이 허공에 창을 던지고 화살을 쏘는 것과 똑같은 상징적인 의식이다. 다음은 장례의 종류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매장(埋葬): 일명 토장(土葬)이라고도 한다. 매장은 세계 어디서나 발견되는 가장 보편적인 장례 풍습이다. 이 풍습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문명권에서는 죽음이 어둠의 이미지를 동반하며, 죽은 자들이 머무는 곳이 지하세계라는 관념을 생산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 왔다. 고대 바벨론과 수메르인들은 살아 있을 때의 계급에 따라서 매장되는 방식도 달랐다. 귀족은 편안히 누워서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은 채 잠자는 자세를 취하고 묻힌 반면, 노예들은 무릎을 꿇린 자세로 묻히기도 했다. 이러한 풍습은 고대 동서양의 왕이나 귀족의 무덤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매장의 변형 형태인 동굴을 무덤으로 이용하는 장례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 역시 매장 방식을 선호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각 시신이 묻히는 장소는 다를 수 있어도, 모든 시신의 오른 쪽이 이슬람의 성지(聖地)인 메카(Mecca)를 향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메카는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홍해 연안에 있는 도시로 이슬람의 예언자인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이 그들의 신앙생활 가운데 반드시 지켜야하는 규칙인 ‘살라트(Slat)’ 즉, 하루 다섯 번 하는 기도도 메카를 향한 방향으로 할 뿐만 아니라, 일생에 한 번은 메카로 ‘하즈(hajj)’라 부르는 성지순례를 다녀와야 한다. 이는 죽어서도 메카를 의식하게 함으로써 그들은 신앙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장례식에서도 시신의 머리를 북쪽으로 묻게 하는 이유는 저승이 북쪽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지 말고, 동쪽을 향해 머리를 두고 자라고 했다. 즉 동쪽은 해가 뜨는 곳, 즉 하루가 시작되듯 생명력이 넘치는 삶을 기원했던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불 수 있다. 대부분의 기독교 국가들은 아직도 매장을 선호하고 있지만, 근대로 접어들면서 화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대교와 이슬람의 경우는 여전히 화장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란에서는 화장을 당하는 사람은 흉악한 범죄자에게만 국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매장을 토장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 정권이 수립된 이래, 중국정부는 지속적으로 화장을 장려하고 있고, 대부분의 중국인민들은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사례는 세계관과 내세관의 변화가 장례 풍습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