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0월 상달의 끝자락에서
기고-10월 상달의 끝자락에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14 15:1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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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박성규/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10월 상달의 끝자락에서

낙엽이 지고, 들판에 추수가 끝나는 10월 상달에는 문중마다 제사를 모시지 않는 조상들에게 제실 또는 묘소를 찾아 후손들이 조상의 은덕과 평안을 기원하며 지내는 시제는 우리 민족의 오래된 세시풍속이다.

시제를 지내는 일자는 가문마다 차이는 있지만 10월 상달에 집중된다. 그러면 왜 10월을 상달로 택했을까? 예부터 음력 10월은 신곡을 드리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 하여 상달로 불리며 신과 하늘에 제천의례를 행한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지금은 양력으로 행하지만 10월 초사흗날에 개천절도 이러한 유래에서 비롯되었다.

이 때 즘이면 어린 시절 추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시골집 뜰에는 까치밥으로 남겨 둔 홍시를 까치와 직박구리 새가 배를 불리고 농부들은 들판에 곡식을 거둬들여 곳간에 저장과 함께 집집마다 1년 먹을 김장을 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사람과 동물, 자연 모두가 겨울옷을 입을 즈음인 10월 상달에는 시제를 지낸다. 지금은 조상을 모시는 제실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그 때만 해도 대부분 오래된 조상 묘소를 직접 찾아 모두 굴복한 채 제문을 읽고 정성껏 준비한 햇곡식으로 빚은 떡과 돼지머리, 각종 과일로 제물을 차려 모시는 제례를 행했다. 시제의 마지막은 떡을 나누는 풍습이 있다. 이 때 초등학생 어린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가지 않고 시제를 지내는 묘소를 찾아 언 손을 불며 끝나기를 기다려 한몫을 챙기고, 안 받은 척 하며 한 번 더 손을 내밀다 혼 줄 난 기억이 살아난다. 지금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휴일에 시제를 모시지만 그 때만 해도 시제 날은 정해진 일자를 엄격하게 지켜졌다.

이러한 시제 풍속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평소 소원했었던 일가친지들도 이날만큼은 함께 모여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가문의 자부심을 고취하고 결속을 다진다.

상달에는 시제뿐만 아니라 집집마다 집안의 성주, 조상, 가택 신들에게 햇곡식으로 빚은 시루떡을 비롯한 제물을 차려 한 해 풍요를 준 신들에게 감사하고 가내의 평안과 건강을 비는 고사를 지낸다. 고사를 마치면 떡을 장독대, 광, 부엌, 외양간, 화장실 등 구석구석에 뿌리고 다시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시제와 고사의 대상은 조금 다르지만 모두 이웃 간 서로 나눔의 행사라는데 의미가 있고 우리 민족만의 우수한 전통 중 하나이다.

흔히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알고 있으나, 실제 추석 기간은 곡식과 과일이 익기 전일 때가 많아 진정한 추수감사절은 10월 상달에 지내는 시제와 고사가 우리 민족의 추수감사절이다.

우리와 좀 다르지만 외국 풍습으로 최근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할로윈데이가 있다. 신에게 제의를 올리고 악령을 쫓아내는 풍습이다. 감사의 마음은 같을지나 우리는 정성을 다하여 조상, 성주신에 감사를 표시하고 집안의 안녕을 비는 기원제지만 할로윈데이는 파티, 축제라는 점에서 엄연히 차이가 있다.

세상이 개인주의로 변하고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점점 축소되고 잊혀 가는 우리의 세시풍속, 나아가 우리 민족 문화를 잘 지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10월 상달을 맞아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이 반복되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할 지라도 마음만은 우리 모두 그 때의 추억과 풍습을 한번쯤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올해 새롭게 시행하고 있는 공익직불제도 농촌 전통문화의 계승이란 의무 준수사항이 있다. 우리만의 좋은 풍습을 농촌이 앞서 유지발전시키는데 노력하자는데 뜻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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