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자상모순(自相矛盾)
도민칼럼-자상모순(自相矛盾)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15 15: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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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자상모순(自相矛盾)

우리가 잘 아는 재미난 이야기 모순(矛盾)의 고사를 말하자면 중국이 여러 나라로 나뉘어졌던 전국시대 초나라의 어느 장사치가 길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데 그가 파는 것이 창과 방패였다. 이 장사꾼은 자기 물건을 많이 팔 요량으로 큰 소리로 손님을 모으는데 “골라, 골라, 골라, 여기 이 방패는 얼마나 단단한지 어떤 것으로도 뚫을 수가 없어요. 보시오. 이 단단한 것!‘ 하며 자기 방패를 마구 두드리며 자랑하고 조금 있다 또 창을 들더니 ”이 창. 이거 날카로운 것 좀 보시오. 무엇이든 다 뚫어버리지 않겠소. 이 창은 어떤 방패든 다 뚫어버리오!’ 하며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그때 시장에 있던 한 사람이 다가와 하는 말, “그래요? 그러면 당신이 가진 창으로 그 방패를 뚫으면 어찌 됩니까?” 장사꾼은 대답을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고사성어 자상모순(自相矛盾)의 이야기, 바로 모순(矛盾)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유래이다.

진주에 사는 내 친구는 주변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종종 올린다. 카카오톡이 난무하는 세상, 손가락 하나로도 세상사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주고받을 수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지역감정에 휘둘리는 이들 사이에서 자기들끼리만 보는 뉴스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모양이다. ‘좌파가 자기들 정권 보전하려고 일부러 코로나 퍼지는 걸 방치한다, 심지어 퍼트리기도 한다. 미국에서 사망자가 쏟아져 나온다는 건 거짓보도다, 이 정부는 빨갱이 정부라 북한과 내통하고 다 퍼주느라 우리는 신경도 안 쓴다, 이러다 대한민국 망한다, 베네수엘라처럼 된다, 문재인 부정투표로 서울은 중공땅 되고 있다’ 너무 많아서 나또한 쓰기가 힘이 든다. 우리 엄마처럼 TV에 나오면 다 믿어버리듯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유튜브 동영상이 나이 든 어르신들께는 더 통하나보다. ‘설마 거짓을 저렇게 방송에서 떠들겠어?’ 악마는 디테일하다고 하던가! 어디서 가져온 통계인지 너무 그럴 듯하다. 게다가 유튜브는 기가 막히게 자기가 보는 방향대로 다음 영상을 보여준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것을 보기가 어렵다. 그러니 더욱 그 생각이 굳어지는 것이다.

극은 극과 통하나보다. 미국의 대선을 바라보며 모두 트럼프를 응원한다. 극우는 트럼프가 미국의 보수당인 공화당파여서, 중국을 강력히 견제해서, 미국의 부정선거가 밝혀지면 한국의 부정선거도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극좌는 미국의 트럼프가 북한의 김정은과 친구면서 잘 소통하고 있어서, 세계의 경찰을 포기해 미군 철수도 가능하고 노벨평화상에 관심이 많은 트럼프가 쇼(show)이더라도 북한과 종전선언을 해줄 것 같아서 등등 일단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이런 이유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 흉악한 조두순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김일성 김정일 공산주의자들이고 썼단다. 같은 이념을 가졌으니 자기들 편인가? 남한에 살면서 체제를 부정하는 이들을 본다. 남한은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자본주의적 시스템으로 경제생활을 한다. 극우는 공산주의화가 될 것은 걱정하고 극좌는 미 제국주의를 경멸한다. 본인들이 걱정하는 이 현실을 뒤집기 위하여 무력도 불사하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은 경도된 이념으로 사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한 방법으로 살아간다. 이번 코로나19사태로 대부분이 안도하고 감사해 한 건강보험제도는 사회주의에서 가져온 것이고 열심히 능력을 키우고 일해서 잘 살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한몫을 하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교육으로 다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가? 북한도 분명 잘 사는 사람과 어렵게 사는 사람이 나뉘어져 있을 것이다. 대부분이 한 부류로 비교대상이 적다는 것은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공산주의 좌파와 자본주의 우파의 구별이 필요한가? 사람을 그렇게 나누는 것이 옳은가? 모두들 자기들만이 보는 세상이 옳다고 하지 마시라! 외눈박이는 그 방향으로만 갈 뿐이다. 창과 방패를 들고 떠드는 사람들께 김수영의 시 한 토막 ‘민중은 영원히 앞서 있소이다!’로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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