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1박 2일 김장
아침을 열며-1박 2일 김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16 16:4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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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
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1박 2일 김장

최근 몇 년간 12월 초 순경 장인어른 생신잔치 겸 처가에서 처남, 처제와 함께 김장을 한다. 장인, 장모님께서 건강하시던 시기에는 두 분께서 김장 전 배추절임, 김치 속 재료, 양념 등을 미리 준비 하시고 김장 당일 날 처가 식구들이 모여서 함께 김장을 하고 수육을 비롯한 해산물 요리로 점심 식사 겸 가족모임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장모님께서 건강이 여의치 않자 큰 딸인 아내가 제의하여 장모님 부담도 덜어드리고, 사전 준비를 위해 김장 전날 필자와 함께 처가를 방문하여 밑 작업 지원을 가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 김장을 직접 하게 되면 계속 사전 방문해야 할 것이라 짐작된다.

일요일이 김장일이라 토요일 오전에 아내와 함께 처가를 방문하니 언제 하셨는지 벌서 절임배추는 비닐 천막으로 덮여 있었다. 아내와 필자는 먼저 양념반죽에 들어갈 쪽파를 캐고 손질했다. 네 가구가 먹을 김장 준비로 약 170포기가량 준비하셨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맛있는 총각김치, 무김치 준비를 위한 무 세척과 절단을 위해 무 칼질을 아내와 했다. 필자는 어느 정도 아내의 칼질 속도에 맞추려고 의식을 하고 절단을 위해 평소 사용하지 않는 손가락에 집중하여 힘을 가하니 손가락 마디에 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무 절단을 마치고 소금에 절여 놓은 다음에 젓갈을 비롯해 갖가지 재료를 넣어 끊인 육수와 함께 고춧가루 양념 반죽을 했다. 빨간 대야 한 가득 양념을 기다란 나무 주걱을 이용하여 골고루 섞는 일이었다. 양념이 많고 반죽으로 인해 제법 손목과 팔에 힘이 들어가는 반복 작업이었다.

언제 하였는지 아내가 한 가득 무 절단 사진, 싱싱하고 깨끗하게 손질된 쪽파 사진, 아궁이에 육수를 끊이는 빨갛고 황금 빛 이글거리는 불빛사진, 양념을 반죽하는 인증사진을 보여 주었다. 새삼 익히 들은 말인 “김장은 김치 담그는 일 보다 사전 준비하는 것이 더 많고 어렵다”는 말이 실감이 나고 온 몸으로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자식, 손주 사랑하는 마음과 손주새끼들 입에 들어가는 것이 좋아서 하시는 일이라지만 예전처럼 품앗이 아닌 온전히 두 분께서 하시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평소 틈틈이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행동과 습관 덕으로 그나마 큰 무리 없이 손을 거들 수 있었다. 밑 작업 정리 즈음 아내가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먹을 김치 한포기를 양념 골고루 발라 시식과 함께 준비했다. 주말 저녁 식탁에서 아이들은 김장시즌 사전에 아내 지인들로부터 몇 집 먹어본 김장김치 맛과 비교하여 품평을 하였다. 김장 전 미리 준비한 시식용 김치 한 포기는, 김장 분위기를 한껏 높이고 맛과 간을 미리 점검할 수 있는 기회와 효과를 온 가족이 체득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가족은 장인어른 생신 축하용 맞춤 떡을 찾아서 다시 처가를 방문했다. 날씨는 마침 바람이 불지 않는 김장하기 좋은 날이었다. 매스컴에 보도되는 김장모임 관련 코로나 19 감염 부담도 줄일 겸 예년처럼 햇빛 잘 드는 잔디마당에서 준비를 했다. 장모님 지휘 하에 처가식구들은 2020년 ‘김장하기’ 과업을 진행했다. 장인어른은 배추 뿌리 절단 및 다듬기, 필자와 아내, 처수, 처제는 배추 속에 양념을 하고 각자 준비해 온 김치 통에 담았다. 김장 초기에 먹을 김치에는 기본양념 외 별도 준비한 땅콩, 생굴 등을 추가하여 아삭한 김장김치 맛과 맛있는 김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처남은 배추 및 양념 공급과 가구별 김치 통을 배분하여 정리하였다. 특히 올해는 예년처럼 잔디마당에 비닐천막을 깔고 바닥에서 작업을 진행하다 장시간 경과 시 다리와 무릎, 허리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 좌식이 아닌 테이블을 설치하여 입식방식으로 전환하여 진행하였다. 앉아서 작업하는 것 보다 효과적이었지만, 단순 반복 작업의 연속으로 인해 “내년에는 김장하지말자” 등 부인네들의 힘들어 하는 소리가 하나 둘 씩 들려왔다. 하지만, 필자는 처가 어른들 생전에 조금 힘들어도 함께 김장 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훗날에는 ‘김장과 수육’을 추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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