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한 해가 끝날 즈음
세상사는 이야기-한 해가 끝날 즈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17 14: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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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한 해가 끝날 즈음

12월 중순이다. 마음은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는 봄날’에 있는데 세월은 어김없이 코로나 공포 속에 올 한 해도 저물고 있다. 또 한 해가 간다. 다사다난 했던 올 한 해를 잘 살았다는 기쁨보다는 코로나와 어수선한 정국 때문에 뭔가 미련과 안타까움과 후회스러움이 많았던 올 한 해다. 매년 이즈음에는 많은 이들이 연초에 거창하게 세웠던 계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허무해 하곤 한다.

비단 올 한 해만의 일이랴. 젊은 시절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을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해보지 못한 것들을 후회하고 있다. 그때 그 시절,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후회스럽고 다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거다. 이렇듯 우리는 과거에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 후회하기 일쑤다.

황혼의 노을이 아름답다고는 하나 잠깐이다. 매년 이맘때면 아쉬움 속에 발을 동동 구르며 지는 해를 바라본다. ‘또 한 해가 가는구나’하는 의미는 사람이 부여한 것이다. 자연은 섭리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해가 기우는 서녘을 보며 아쉬운 감상에 젖는다. 이것이 인지상정이다.

지나온 일 년의 행적을 돌아보고, 성시의 번화가의 와글대는 소리들을 귀 기울여 듣다보면 ‘분명 연말이구나’ 하는 아쉬움의 순간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송년 모임을 알려줄 때마다 연말이 더욱 실감난다.

“아, 흘러가는 세월 어찌할 수 없구나. 세월은 가기만 하고 어찌 오지는 않는가? 천지는 장구하여 시작도 끝도 없는데 인생은 순식간에 끝나는구나”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의 독백이 마치 덧없는 생에 대한 탄식으로 읽어지는 때가 연말인 요즈음일 것이다. 한 해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새 12월의 끄트머리에 닿았다. 설한풍의 탄식소리 굽이굽이 천년 지나 오늘에 이르러서도 모진 세파에 시달리는 가슴을 더욱 시리게 만든다.

지난 시간은 아무리 너그러운 눈으로 보려 해도 빗나갔고 밝은 듯했으나 암울했으며 늘 새로운 시작이다 싶었는데 헛걸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의미한 한 해였다. 아까운 세월만 흘러갔다. 한 해를 지날 때마다 희망적이라기보다 회한에 휩싸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해 ‘돈’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살기 힘든 세상’ 이라고 말하는 건 모두 돈이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4.15 총선 때 재난지원금 공짜 돈 때문에 무능력한 집권당에 거대 여당을 만들어 주는 요술방망이 역할을 하였겠는가. 사람 위에 돈이 군림하는 시대가 되니 사람들의 눈에는 사람이 안 보이고 돈만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은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지!”라고 입으론 읊조리면서 막상 현실에서 부닥치면 돈 앞에서 고개를 숙이다 못 해 비굴하게 엎드려 절까지 하는 영혼을 파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한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최악의 가치다. 어린애부터 늙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불치의 돈 병 환자들로 차고 넘친다. 도저히 치료할 약이 없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비로소 사람이 정해 놓은 365일이 거의 다 가고 말았다.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 드니 헤치고 지내 왔던 길이 잎이 져 버린 숲길처럼 휑하다. 다들 어렵다고 입을 모은 한 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데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2021년은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 우리 모두의 마음이 진실하게 만나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잘 가시라, 2020년아. 2021년아, 어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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