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청소년의 안전한 약물 복용
건강칼럼-청소년의 안전한 약물 복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17 14:5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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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본부장·의사
정수연/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본부장·의사-청소년의 안전한 약물 복용

청소년기에는 급격한 신체 성장과 발달이 일어나고, 약물, 폭력, 사고, 성, 가정 붕괴, 경제적 불안 같은 사회문제에 노출되는 기회는 증가하고 있다. 그중 약물은 쉽게 노출되며 한 번 사용하면 자꾸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며 의존성이 생기게 되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약물의 이러한 특징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도 해를 끼친다. 특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이 약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모습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보여 주기도 한다.

 무분별한 약물 사용에는 ‘약물 오용’과 ‘약물 남용’이 있다. ‘약물 오용’은 의사의 처방이나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혹은 그것을 무시하고 약을 잘못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약물 남용’은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에 변화를 주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향정신성 의약품을 의학적인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청소년기에 약물을 오‧남용할 경우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능력, 사물에 대한 인식 능력, 정보 처리 능력의 장애를 가져온다. 또한 학업 능력을 저해하고 가치관의 급격한 변화로 친구 관계를 해치기도 한다.

소아기에는 치료적 약물이 아닌 비누, 화장품 등 가정 내 물질에 실수로 노출되는 사례가 많고 이 경우 대부분 별다른 처치 없이도 안전한 경우가 많은 반면, 청소년기에는 감정적이고 의도적으로 약물에 노출되는 경우 많아 가까이 있는 부모나 친구는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의외로 진통제를 과다 복용하고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업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위장 장애나 두통, 생리통 등으로 진통제를 많이 복용하고 있다. 진통제는 편의점에서 가정상비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접근성이 좋아진 진통제의 복용은 점차 늘고 있으며 대표적인 진통제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이 있다.

진통제의 흔한 부작용으로는 위장 장애, 신장 장애, 혈소판 억제, 천식 유발 또는 약화가 있다. 또한, 위궤양이나 위출혈이 있는 경우, 신장 장애가 있는 경우에 진통제를 사용 할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기준 용량은 500mg이고, 하루 최대용량인 4000mg을 초과하여 복용할 경우 간독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간독성은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량 복용하거나 동일 성분이 포함된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는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고 하루에 3잔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아세트아미노펜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고혈압과 심장마비의 위험을 증가 시킬 수 있다.

약을 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설명서를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의약품 설명서에는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어떻게 복용하는지, 주의사항은 무엇인지가 잘 수록되어 있다.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지켜야 약의 효과가 잘 나타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알약을 복용할 때는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주스, 커피, 우유, 콜라 등과 먹으면 약물의 흡수에 영향을 주어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며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다. 청소년은 수능을 비롯한 중요한 시험이 끝나고 호기심에 새로운 약물 등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하는 시기다. 16세기 스위스 의화학자 파라셀수스는 “독성이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물질은 곧 독물이다. 다만 용량에 따라 어떤 물질이 독물로 간주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약도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고, 독도 잘만 사용하면 약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 보내고 있을 청소년들이 규칙적인 생활로 미래를 준비하는 겨울을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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