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나온 암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0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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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임/통영 한려초교 사서
경남학교도서관연구회 회원
현재 165명의 전담사서 경남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원래 110명이었으나 올 3월에  충원됐다. 도민과 함께 하는 책읽기 생활화 운동을 전개하면서 학교도서관이 독서교육의 산실로서 학생들의 자료, 탐구 중심의 교수-학습 활동이 가능하도록 학교도서관 운영 실무에 필요한 전담인력을 증원한 것이다. 필자 또한 전담사저로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꿈과 책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지 늘 고민하게 됨은 과언이 아니다.
현재 초등학생 3~6학년을 대상으로 독서동아리와 도서부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 독후활동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냥 친목모임보다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의논 끝에 독서회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하여 모임을 운영하게 된 것은 그 누구도 도와주지 못하는 우리의 역할을 스스로 깨닫고 열심히 해나가기 위함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동아리 운영시간에 그대로 활용해 봄으로써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모임을 운영했던 중 다뤘던 책 중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황선미 작가가 쓴 책을 경남도민신문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져서 올해 7월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제는 ‘모성애와 자아실현’으로 정하고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양계장을 나온 암탉 '잎싹'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삶과 죽음, 소망과 자유 등의 심오한 주제가 담긴 동화이다. 꿈을 간직한 삶의 아름다움과 당당함 그리고 지극한 모성애의 승화 과정이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독서 감상 포인트를 팁으로 드린다면, 주인공 잎싹이 소망을 굳게 간직하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독특하고 개성적인 등장인물의 다양한 삶을 통해 오늘의 어린이들로 하여금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성격에서 잎싹은 바람과 햇빛을 한껏 빨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고,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아카시아나무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어 스스로 제 이름을 '잎싹'이라 짓는 암탉.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자유로운 삶을 찾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계장과 안전한 마당을 나온 암탉. 목 깃털이 빠지고 볼품없이 말랐지만 자신의 삶과 자식(청둥오리)을 지키기 위해 족제비와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암탉. 더불어 사는 삶과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암탉. 최선을 다해 살고 죽음이라는 자연의 순리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암탉이다. 난용종 암탉은 양계장에 갇혀 배부르게 먹고 품지도 못하는 알을 낳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암탉이다. 관상용 암탉은 마당에서 수탉과 병아리와 함께 만족스럽게 살면서 혹시라도 누가 끼어들어 그 생활을 흐트러뜨리지 않나 전전긍긍하는 암탉이다.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단 한번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볼 수 있다면.(10쪽). 나는 정성껏 알을 품었고, 아기가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랐어. 알이었을 때부터 끊임없이 사랑했단 말야. 단 한 번도 이 속에 뭐가 들었을까 의심하지 않았어. 그런데 병아리가 아니라 오리였지. 하지만 뭐 어때. 아기도 나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걸! (96쪽).
정리를 해보니 잎싹은 고달프게 살았지만 행복했음을 기억하며, 족제비 새끼들의 먹이가 되어 주는 것으로 우주를 품어 안은 모성애를 마감한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비록 적일지라도그 새끼를 불쌍히 여겨 목숨을 내어준 잎싹은 진정한 모성애의 완성이고 실현이었다. 미처 몰랐던 또 다른 소망. 날고 싶은 것. 흰 눈이 아카시아 꽃처럼 내리던 날, 잎싹은 아주 가볍게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았다. 비쩍 말라서 축 늘어진 암탉을 물고 가는 족제비를 보며 행복과 자유를 느꼈으리라!
잎싹아, 이제 모든 짐 내려놓고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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