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1만 시간의 법칙
시론-1만 시간의 법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27 14: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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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1만 시간의 법칙

최근 초밥의 나라 일본에서 33세 한국인 청년이 운영하는 식당이 초밥이 훌륭한 맛집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세계 주요도시의 맛집을 평가하는 권위 있는 잡지인 미쉐린 가이드에서 선정했다고 하니 사뭇 놀랍기만 하다. 미쉐린은 프랑스의 미쉐린 형제가 창업한 자동차 타이어를 제조하는 회사다. 자동차 타이어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레스토랑을 평가하여 맛집을 선정한다고 하면 생뚱맞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당초 미쉐린사에서는 여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운전자들에게 제공하면 자동차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며 더불어 타이어 판매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미쉐린 가이드라는 여행안내 소책자를 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쉐린 가이드에는 여행에 필요한 지도, 타이어 교체방법, 주유소 위치, 여행을 하면서 먹을 만한 식당 등을 소개했는데 레스토랑 섹션에 대한 관심이 높고 영향력이 커지자 평가단을 모집하여 식당을 평가하고 그 정보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권위 있는 잡지에 소개될 정도의 식당이면 일단 소비자는 믿고 찾을 수 있는 식당으로 인식한다.

33세 한국인 청년이 일본의 중심 도쿄에서 초밥 맛집으로 선정된 비결은 무엇일까? 중학교 때 일본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요리사의 꿈을 키운 그는 초밥의 본고장에서 인정받겠다는 열정하나로 스물네 살의 나이에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찾은 초밥집에서 스승을 만나 8년간 매일 20시간씩 초밥을 만들었다고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특정분야에서 달인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말콤 글래드웰이 2009년 발표한 <아웃라이어>에서 빌게이츠, 모차르트, 비틀스 등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들의 공통점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이론으로 타고난 천재성 보다는 노력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1만 시간은 하루에 3시간씩 투자하면 10년의 시간에 해당되고 하루에 6시간을 투자하면 5년의 시간에 해당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6살 때부터 14살까지 8년 동안 꾸준히 기본기 훈련을 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는 7살 때부터 매일 8시간씩의 강도 높은 훈련을 했기에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78.50이라는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물론 1만 시간이상 훈련한다고 해서 누구나 손흥민, 김연아 같은 선수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1만 시간이상을 투자하지 않고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손흥민 선수는 “제 인생에서 공짜로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어제 값을 치른 대가를 오늘 받고 내일 받을 대가를 위해서 오늘 먼저 값을 치른다. 후불은 없다” 라고 했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새들은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이소를 한다. 이소를 두려워하는 어린 새들에게 과감히 둥지를 박차고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 어미는 먹이를 둥지까지 가져다주지 않고 둥지 주위를 맴돈다. 새끼들은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어느 순간 두려움을 극복하고 숲을 향해서 날아오른다. 어미는 둥지를 떠난 새끼들이 스스로 먹이활동을 할 수 있을 때 까지 일정기간은 돌봐 주지만 어느 순간 곁을 떠난다.

학생시절이 둥지를 떠나 어미새의 보호를 일정부분 받는 기간 이였다고 하면 이제 졸업 후에는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 그게 자연의 이치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2년 또는 4년의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은 이제 대학이라는 둥지를 떠나 취업현장으로 나간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해당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일 뿐이며 취업이후 한 분야에서 최소한 5년 이상 자신의 열정을 바쳐 근무해야 그 분야의 장인이 될 수 있다. ‘살면서 미쳤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면 너는 단 한 번도 도전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란 말이 있다. 한 분야에서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취업현장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보수가 적다고 박차고 나온다면 스스로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며 장인이 되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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