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작은것에도 감사를 하자
아침을 열며-작은것에도 감사를 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28 16: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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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작은것에도 감사를 하자

농익은 단풍이 어제 핀 듯 하건만 찬바람과 더불어 신축년 새해가 다가온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삶이 죽음보다 힘들다고 낙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게다. 전상 트라우마에 인생을 빼앗긴 전우들이 그럴 것이고, 불의의 사고로 한순간에 장애인이 되었거나, 코로나19로 사업이 주저 앉아버린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필자처럼 중병으로 시한부에 쫓김도 마찬가지이고 매일 매순간의 삶에서 감사할 일이 무수히 많음을 알고,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는 계획을 세우라고 말해 본다. 사물을 보는 눈이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헬렌 켈러를 생각해 보면 알리라.

팔도 있고 다리도 있다. 그렇지 못한 불구의 인생도 우리 곁에 있지 않은가! 악한무리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이고 불의가 정의를, 불공정이 공정을 뒤엎은 사회현상은, 감사를 잃어버려서이다. 서구의 총기살인, 우리의 묻지 마 폭행이 점점 증가한단다.

눈을 낮추면 일할 수 있음에도 빈둥대고, 근로능력이 있는 장년이나 노년이 노숙을 하거나 정부의 지원만 바라는데, 타인에게 불편이나 죄짓는 행위가 되는 것인데도 개의치 않는다. 인간됨의 품격을 스스로 포기한다. 살아있음의 감사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비참함은 죽음에 견줄 수 없는 비겁한 삶의 포기이고 무책임이다. 11년 7개월의 무의식상태. 4년여 전신마비 썩어드는 욕창의 시궁창 냄새, 뇌병변 장애인 같은 전신뒤틀림의 영구적 상태, 후벼 파고, 찢어지고, 전율케 하는 통증의 수십 년…그렇게 무정한 세월을 보내온 필자는 삶이 죽음보다 비참함을 매순간 느꼈지만, 숨을 쉴 수 있고(호흡기 없이), 영양줄 달지 않고 음식을 먹고, 스스로 화장실 갈수 있음에 감사하고, 정기적으로 보훈병원에 가서 진료 받을 수 있음에도 감사하며 살고 있다.

오랫동안 분노하고 우울하며, 전상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생각을 바꾸니까 감사한일 뿐이었고, 인생을 다르게 살 수 있었다. 전염병이나 수해로 생목숨이 떠나가고, 경제적 재앙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에도 고통의 올가미에서 신음하겠지만 희망이라는 푯대를 향해 심기일전 했으면 좋겠다.

자연의 재앙에선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음을 수해와 코로나19가 끊임없이 일깨워 주고 있다. 이런저런 고난의 수많은 밤을 보내온 전우들에게 여태껏 살아왔음을 감사하자고 말하고 싶다. 사실 필자는 금년에만도 온갖 검사를 수차례 반복하고 있지만 고엽제, 전쟁 같은 어두운 생각을 지우고 감사한 마음가짐으로 이번생의 강을 건너가고 있다. 월남의 전선으로 떠나던 그 순간부터 운명의 시샘을 받았던 생존하고 있는 전국의 전우들이여 나이테가 늘어난 만큼 원망과 분노, 절망의 어두운 색깔은 지워버리고, 새해엔 고통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살아보자. 억지로라도. 모두에게 은혜와 평이 함께 하기를 못난 전우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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