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두 여인
아침을 열며-두 여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29 16:0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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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두 여인

며칠 전 검찰은 나경원 전 의원의 자녀 입시관련 혐의가 포함된 고발권 13건에 대해 무혐의로 종결했다. 고발된 모든 비리에 대해 혐의가 없으니 검찰이 수사고 자시고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재판을 받을 일도 없어졌으니 따뜻한 집에서 걱정 없이 다리 쭉 뻗고 쉬면되겠다.

나 전 의원은 원정 출산에 대해 꾸준한 의혹을 받아온 터였다. 이에 검찰은 출산확인서를 요구했고 나 전의원은 확인서 대신 소견서를 제출해서 여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검찰은 여론과는 달리 비난 대신에 무혐의를 주었던 모양이다. 이런 일들을 듣고 아는 국민들의 기분은 껄적지근하다.

게다가 나 전 의원의 남편이 판사다. 그리고 우리 서민은 상상도 못하는 부자인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 서민들은 그녀의 무혐의에 대해서도 상상도 못한다. 아니, 그 이전에 그녀의 고발된 13개 혐의에 대해서조차도 상상하기 힘겹다. 더 정직히 말하면 그 부자스런 혐의 한 개라도 받아봤으면 싶다.

또한 며칠 전,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의 입시관련 11개 혐의를 인정해 징역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 했다. 이 11개의 혐의 거의가 입시관련 표창장과 확인서인 모양이고 이것들이 거의 모두 허위라고 판사들이 인정한 모양이다. 정 교수는 아마도 검찰이 요구하는 확인서를 소견서로 대신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 전 의원처럼 확인서 대신 소견서를 제출했더라면 무혐의 처리됐을 텐데 안타깝다. 앞으로는 확인서 대신 소견서를 활용하라고 조언해야 할 판.

정 교수의 남편은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한 달을 넘겼는지 채우지 못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되지만 아무튼 짧게나마 법무부장관을 지내셨다. 그리고 그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대 민정수석을 역임했고 그 전에도 지금도 서울대 교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검찰이 털어도 털어도 잡아넣을 죄가 없어 고심하는 것으로 우리 서민들 사이에는 유명하다. 어떻게 했으면 저리 화려한 경력에도 비리가 없는지 대단하긴 하다.

대단한 남편을 둔 덕분에 부인인 정 교수가 수난을 당하는가? 누구는 재판에 가지도 않고 검찰 선에서 무혐의 안겨주고 정 교수는 징역을 무려 4년씩이나 때려버리니 말이다. 징역4년의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그녀와 그 가족의 수난이 더 눈물겹다. 재판을 무려 30번 넘도록 받으면서 무려, 475일 만의 결과다. 475일 동안 검찰로 재판으로 이리저리 불려다니느라 얼마나 많은 고문을 당했을까. 정 교수의 인내는 대한민국 유사이래 가장 의연한 정신으로 기억될 것이다. 공정하고 상식적인 세상은 이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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