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신축년(辛丑年)과 심우도(尋牛圖)
진주성-신축년(辛丑年)과 심우도(尋牛圖)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03 16: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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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신축년(辛丑年)과 심우도(尋牛圖)

올해는 신축년(辛丑年)이다. 신축년은 육십간지 중 38번째로 신(辛)이 백색, 축(丑)은 소를 의미하므로 ‘하얀 소의 해’ 다. 소는 한곳에 있기를 좋아하며 시간은 새벽 1~3시 사이를 축시라 하며 계절은 겨울, 방향은 북쪽이다. 우리 조상들은 소를 생구(生口)라고 불렀다. 생구란 한솥밥을 먹고사는 하인이나 종을 일컫는 말로 소를 사람과 같이 한 식구라는 의미로 여기면서 동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와 불교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부처님의 성씨인 고타마는 ‘가장 좋은 소’ ‘거룩한 소’란 뜻을 지니고 있다. 부처님은 소를 불교의 깊은 뜻에 비유해서 설법하셨다. 부처님은 초기 경전인 아함경 목우품, 방우품에서 수행자의 선법 수습 방법을 소치는 일에 비유하셨다. 노납이 있는 여래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대부분 사찰 대웅전 벽화에도 동자가 소를 찾아가는 열 가지의 과정을 그린 심우도(尋牛圖)가 있다. 심우도는 사람의 마음을 소로 형상화해서 선승들이 마음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을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다.

한국 근현대 불교를 개창하고 선종(禪宗)을 중흥시킨 대선사(大禪師)인 경허(鏡虛) 스님의 유명한 법어 중 하나에 ‘심우송(尋牛頌)’이 있다. 불가에서 소는 곧 도(道)이며, 깨달음이다. 경허 스님은 그 과정을 게송으로 읊었다. 이 게송은 소를 찾으러 가는 심우를 비롯해 소의 자취를 보는 견적(見跡), 소를 얻는 과정인 득우(得牛), 소를 기르는 과정인 목우(牧牛), 소를 잃고 사람만 있는 망우존인(忘牛存人), 마침내 사람과 소를 잃어버리는 인우구망(人牛俱忘)으로 구성돼 있다. 경허스님은 심우송을 통해 진정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선승들은 인간들에게 묵묵히 봉사하는 소의 과묵한 성품에서 자신들의 근본을 바라보는 계기로 삼았다. 절 집안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소에 비유하며 수행은 야생으로 자란 소를 길들여 가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절의 가풍을 목우가풍, 즉 소를 길들여내는 집안이라고 한 것이다.

소는 한번 결심하면 행동은 빠르지 않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있다고 한다. 올해는 듬직한 소처럼 묵묵히 모두가 합심하여 코로나19의 극복에 동참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지만 슬기롭고 우직한 소의 기운을 받아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한 해가 되기를 부처님에게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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