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뉴노멀-언택트
아침을 열며-뉴노멀-언택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03 16:5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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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대학원장·철학자
이수정/창원대 대학원장·철학자-뉴노멀-언택트

시대의 변화는 알게 모르게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지나고 보니 ‘어, 어느새 바뀌어 있네?’ 그런 것이다. 2021년의 현시점에서도 그런 걸 느낀다. 세상이 바뀌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19가 결정적인 계기의 하나로 작용했다. 그건 이를테면 정권의 교체나 초대형 사건(환경파괴 같은 것) 못지않은 위력을 갖는다. 그걸 계기로 언택트니 뉴노멀이니 하는 말들이 등장했다. 이 말들은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다.

뉴노멀이 된 그 언택트(untact, 비대면 비접촉)를 나도 자기 일로 경험했다. 이른바 실시간 화상강의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줌zoom’으로 낙착이 됐다. MS의 ‘팀즈teams’도 강력한 선택지의 하나다. 둘 다 엄청 편리하다. 2013년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냈을 때는 ‘스카이프’의 신세를 톡톡히 졌고, 2019년 중국에서 연구년을 보냈을 때는 ‘웨이신(微信, 위챗)’의 신세를 톡톡히 졌다. 영상통화였다. (1980년대 일본에서 살았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1993년과 1997년 독일에서 지냈을 때만 하더라도 그런 건 없었다. ‘전화’가 최선이었다) ‘줌’은 거기서 한 차원 더 발전된 형태다. 강의자료의 공유 등 실시간 강의에 불편이 전혀 없다. 60대 중반인 나도 그 사용에 하등의 어려움이 없다.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구글클래스룸을 병용하니 굳이 학교의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수업 운영 체계)에 부담을 줄 일도 없다. ‘참 세상 좋~아졌다’고 늙은 교수들끼리도 화제로 삼으며 서로 웃는다.

PC도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그것들도 지금은 완전 노멀인데, 슬그머니 어느 틈엔가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PC나 스마트폰이 이렇게 전 세계인의 일상용품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내가 유학을 떠났던 1980년만 해도 PC는 아직 생활 속에 없었다. 내가 처음 PC를 구입하고 도스를 공부하고 어설프게 키보드를 톡톡 치던 게 불과 엊그제인 1980년대 후반이었다. 이젠 PC나 스마트폰 없이는 삶이 불가능하다. 완전히 노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줌이나 팀즈 같은 화상회의 툴도 아마 그럴 것이다. 하루 빨리 적응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아직 이런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주변에 없지는 않은데 그것은 근대 초기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기차를 흰 눈으로 보며 우리 동네에는 절대 철길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주먹을 쥐던 양반네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것을 우리 생활 속에 끌어들인 건 아이러니하게도 입에 담기도 싫은 역병 코로나19였다.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불러온 것이다.) 최근의 추세나 전망을 보면 이것도 아마 조만간 인간의 통제하에 놓일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코로나가 지나가더라도 줌 등의 화상강의는 아마 뉴노멀로 확고히 자리잡을 것이 틀림없다.

단, 이런 문명의 이기들이 대부분 그렇듯, 세상에 좋기만한 것은 없다. 빛은 반드시 그림자를 만든다. 줌 등이 만들 그림자는 아마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일 것이다. 화면으로만 보면 그 거리가 손에 닿을 듯하지만, 실제로 손이 ‘닿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언택트인 것이다. 그게 한계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친밀’해 질 수 있다. 가족과 친구 등이 바로 그런 거리인 것이다. 체온과 체취가 느껴지는 거리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마땅히 그런 것이어야 한다. 술잔과 술잔이 맞닿아 ‘쨍’소리가 나야 하는 것이다.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허그를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람의 관계인 것이다.

화면에서 아무리 예쁜 꽃을 피워도 그 향기가 내 코에 닿지 않으면 그건 아직 진짜 장미도 아니고 진짜 백합도 아니다.

줌이든 팀즈든 그게 우리에게 ‘좋은’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것,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콘택트(contact)’ 즉 거리 없는 ‘맞닿음’ ‘접촉’이라는 사실은 잊지 말자. 나는 줌 화면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강의를 들어준, 그리고 대화에 응해준 저 기특한 학생들에게 내 따듯한 36.5도의 손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칭찬을 해주고 싶다. 아, 여학생은 빼고. 그러면 큰일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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