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3)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04 15:58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23)

▲풍장(風葬): 고대 중국의 소수 민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장례 문화로서, 대표적인 것은 현관장(懸棺葬)인데 이는 ‘관(棺)을 높은 곳에 매달아 장례한다’는 뜻으로 흔히 ‘절벽에 안치했다’는 뜻의 애장(崖葬)과 ‘관(棺)이 배 모양을 띠고 있다는 뜻에서 선관장(船棺葬)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사람이 죽었을 때 관을 평평한 땅이 아닌 절벽이나 암벽에 안장하게 되는데, 이 때 관은 주로 산의 높은 곳에 위치한 바위나 바위가 튀어나온 부분 또는 물이 흐르는 협곡이나 안개가 자욱하게 낀 가파른 절벽 등지에 안장하는 게 보통이다. ▲대상장(柋床葬): 시렁 같은 것에 올려놓는 장례방법. ▲동굴장(洞窟葬): 동굴 안에 두는 장례방법. ▲수장(水葬): 시체를 물속에 넣어 장사지냄. ▲해양장(海洋葬):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장례방법. 정식 인가를 받은 해양장 업체가 있다. 서울의 경우 인천부두에서 배를 타고 1km 떨어진 부표(浮漂)까지 가서 유골을 뿌린다. 전문 연구기관도 환경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장례방법이다. ▲옹기장(甕器葬): 시신을 옹기 속에 넣어 땅 속에 묻음. 동남아에서 시행되어 왔다. 어떻게 생각하면 시신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노출장 역시 환경적 요인과 세계관이 깊이 개입되어 있는 오래된 장례문화이기도 하다. 현재 기록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노출장 문화는 BC 6세기경 이란 지방에서 발흥한 조로아스터교(Zoroaster)에서 시행되었다. 우리가 니체의 저서로 알고 있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Thus Spoke Zarathustra)>에서 말하는 ‘짜라투스트라’가 바로 조로아스터를 뜻한다. 우리에게는 ‘배화교(拜火敎)’로, 불을 숭배하는 종교로 알려져 있다.

조로아스터교 사람들은 시체를 땅에 묻을 경우, 땅이 오염되고 작물이 성장하는데 좋지 않은 결과를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단을 쌓고 그 위에 시신을 얹는다. 그리고 악령들이 시신을 탈취하지 못하도록 개를 한 마리 풀어놓는다. 재미있는 점은 개의 두 눈 위에 붓으로 눈을 두 개 더 그려 놓는다. 그러면 실제의 눈과 함께 모두 4개의 눈을 갖게 되는데, 이는 동서남북으로 사방을 잘 지키라는 뜻에서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시신의 해체는 독수리(Condor)의 몫이다. 독수리의 무리가 어느새 달려들어 시신을 깨끗하게 먹어 치우게 된다. 사흘이 지난 후 시신에서 뼈만 남게 되면 그 때서야 사람들이 그 뼈를 분쇄하여 구덩이 속에 넣게 되고 비로소 장례식은 끝을 맺게 된다.

이란 지방에 있던 조로아스터교는 이슬람교에 밀려서 신앙인의 숫자(2004년 현재 전 세계에서 14만에서 21만명 정도)는 얼마 안 되지만 그 사상은 유대교나 기독교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독수리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똑같지만 전혀 다른 세계관 때문에 조장(鳥葬)을 하는 문화도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이를 천장(天葬)이라고 한다. 즉 독수리가 먹기 좋게 천장을 집행하는 사람이 칼로 시신의 살점을 발라주기도 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 모습에 충격을 받지만, 이 역시 그들의 세계관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97년 개봉된 마친 스코시스 감독의 영화 ‘쿤둔(Kundun)’은 현재 14대 달라이라마의 어린 시절부터 티베트가 공산화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달라이라마는 일반적으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의 본래 역할은 티베트 불교를 이끄는 종교적 수장(首長)이었다. 그런데 14세기부터 티베트 불교의 승려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환생(幻生)한다는 믿음이 전래되어 왔고, 지금의 달라이라마는 같은 사람이 14번째 환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영화 ‘쿤둔’은 지금 달라이라마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의 섭정(攝政)이자 영적(靈的) 스승인 레팅 린포체의 장례 장면이 나온다. 승려들의 독송(讀誦)이 울려 퍼지면서 죽은 이의 시신에서 살과 뼈가 분리되고, 살점은 곡식과 섞어서 독수리들이 먹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주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다음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