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2021년의 새해 소망
진주성-2021년의 새해 소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05 16:0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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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2021년의 새해 소망

새해는 어김없이 왔다. 지나간 한 해가 너무도 버겁고 힘들어서 새해의 거는 기대가 그 어느 해보다 간절하다. ‘예전 같게만 해 주소서’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더 바라지도 않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코로나가 오기 이전으로 되돌려달라는 바람이 새해의 간절한 소망이다.

전과 같이 일터로 나가게 해 주고 전과같이 가게 문을 열게 해 주고 전과같이 숨 좀 시원하게 쉬게 마스크 없이 살게 해 주고 지지고 볶더라도 전과 같이 얼굴 맞대고 상대하게 해 주고 꽃다발 한 아름 받는 졸업식도 하고 새 가방 메고 새 친구 만나게 입학식도 하고 미운 사람이라도 좋으니 제발 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백신이 절박하게 간절한 것이 아니고 코로나 소멸이 절실하게 간절하다. 그리하여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일터의 소음도 좋으니 기계 소리가 요란하고, 복잡해도 좋으니 시장바닥이 북적거리고 귀청이 떨어져도 좋으니 공연장이 요란하고 목청이 터져도 좋으니 경기장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왁자지껄해도 좋으니 사무실이 소란하고 상가마다 구인 쪽지가 붙었으면 좋겠고 고속도로가 막혀도 좋으니 화물차와 관광버스가 줄지어 달리고 공항 출입국장이 북적거리고 터미널이 북새통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끄러워도 좋아할 테니까 어린이 놀이터가 시끌벅적하면 더 좋겠다. 어쩌다 새해 소망이 이렇게 평범해졌을까를 생각해본다. 코로나 창궐 이전의 일상이었다. 너무 멀리 보고 살았다. 고개 너머를 동경했다. 과욕의 삶이었다. 욕망의 늪이었다.

그래서 늘 부족했고 흡족하지 못해서 만족함을 얻지 못했고 행복과도 멀어져 있었다. 힘이 든다고 거절하고 더럽다고 멀리하고 귀찮다고 기피 하고 득 없다고 외면하며 실익에만 집착했다. 어쩌다 얻어 걸치면 우쭐거렸고 용케도 구하면 자만해졌고 그런대로 보아주면 오만하였고 어쩌다 추켜 주면 기고만장했다.

수용과 화합에는 득실을 따지며 나눔과 배려에는 야박했고 이해와 존중에는 인색했다. 나를 위해 공정을 주장하고 나를 위해 평등을 요구하며 나를 기준으로 정의를 재단했다. 언제나 자기 기준에 맞춰진 삶이었다.

공정은 모든 계층이 만족할 때에 성립하고 평등은 모든 계층이 수용할 때에 성립되며 정의는 모든 계층이 옳다고 의식할 때에 성립된다. ‘선택적 공정, 선택적 평등, 선택적 정의’라는 말이 나돈다. 소름이 돋치는 말이다. 꺼림칙한 신조어가 세상을 코로나보다 더 힘들게 할지 모른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새해에는 제발 ‘예전 같게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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