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신축년 새해 소 이야기
현장에서-신축년 새해 소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05 16: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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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
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신축년 새해 소 이야기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는 우리는 새로운 희망과 꿈을 꾸며 또한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섣달 그믐날과 정월 초하루는 평상시 어제와 오늘처럼 다를 바 없지만 해가 바뀐다는 계기로 쇄신한다. 지난해 아쉬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심기일전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새해에 대한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옛날부터 흰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동물로 여겨졌다. 소는 얌전하지만 강인한 힘을 가지고 있다. 외유내강이라는 사자성어가 잘 어울리는 동물이다. 더불어 소는 부지런함과 책임감을 뜻하기도 하다.

사람들은 사람 이외에는 소가 가장 친숙했던 동물이었다. 소는 농경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뛰어넘어 마치 한 식구처럼 생각되어 왔다.

소는 우직하나 성실하고 온순하고 끈질기며 힘이 세나 사납지 않고 순종한다. 이러한 소의 속성이 한국인의 정서 속에 녹아들어 여러 가지 관념과 풍속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소가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라고 했다.

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노동력일 뿐 아니라 운송의 역할도 담당하였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비상금고의 역할까지 하였다.

그래서 소에 대한 배려도 각별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짚으로 짠 덕석을 입혀 주고, 봄이 오면 외양간을 먼저 깨끗이 치웠으며, 겨울이 올 때까지 보름마다 청소를 해 주었다. 이슬 묻은 풀은 먹이지 않고, 늘 솔로 빗겨 신진대사를 도왔으며, 먼 길을 갈 때에는 짚으로 짠 소신을 신겨 발굽이 닳는 것을 방지하였다.

우직하고 순박하여 성급하지 않는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질과 잘 융화되어 선조들은 특히 소의 성품을 아끼고 사랑해 왔다. 이처럼 소는 우리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가장 친근한 동물로 함께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민속학적인 모형이 만들어 졌다.

소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과연 소를 닮았을까?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끈기 있게 꾸준히 노력하여 결국 성공을 만드는 사람 중에 소띠 태생이 많다. 바로 소띠들의 공통점이 근면과 성실이다. 그러나 고집하나 대단해서 그야말로 황소고집이라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기 페이스로 밀고 나가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소귀에 경 읽기’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사교적인 것 같으면서도 고독한 것이 소띠들이고 일을 위해 태어나 일을 하다 죽는 것도 소띠다. 그러나 ‘겨울 소띠는 팔자가 편하다’, ‘그늘에 누운 여름 소 팔자다’라는 말처럼 시절만 잘 타고나면 일하지 않고 편하다는 말이다.

이것은 일복이 많은 소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이다. 또한 소는 둔한 것 같으면서도 신나는 일에는 ‘쇠뿔도 단김에 빼듯’ 침식을 잊고 해내지 않으면 몸살을 앓는 것도 소띠들의 공통점이다. 한번 마음먹었다 하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해내는 사람 역시 소띠이다.

그러나 한번 화가 났다 하면 자신의 감정을 조정하지 못하고 한바탕 떠들썩하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강자에 강해 강자에게는 결코 무릎을 꿇지 않지만, 약자에게는 예상외로 인정과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 합천군은 농경문화 농사를 생활 터전으로 삼고 일하셨던 조상님들은 농사의 주역인 소가 여러 풍속과 깊은 관련을 맺어 우리는 소를 한가족처럼 여긴다고 했다. 2021년 신축년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서 코로나19 극복과 도약의 한해를 만들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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