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4)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11 15:3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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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24)

조장(鳥葬)이나 천장(天葬)을 하는 것은 티베트 불교의 특징인 대승불교(大乘佛敎)의 보살사상(菩薩思想) 때문이다. 대승불교는 모든 생명체는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어서 깨달음에 이르러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불교는 크게 대승불교와 소승불교(小乘佛敎)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번역하면 ‘큰 수레’와 ‘작은 수레’가 된다. 태국이나 미얀마, 스리랑카와 같은 남방국가들의 불교는 소승불교이다. 오직 출가자, 즉 승려들만 깨달음을 얻어 해탈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수레가 작다’즉 소승(小乘)이라고 한다.

한국이나 중국, 티베트의 불교는 대승불교이다. 재가자(일반 신도)나 출가자 가릴 것 없이 모든 생명은 깨달음에 이르러 해탈할 수 있다고 본다. 거기다 인간은 환생(還生)하는 존재이고 육체는 껍데기에 불과한 만큼 시신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남을 이롭게 하는 보살사상에 기반을 둔 티베트 불교의 입장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사람의 시체를 독수리들의 먹이가 되도록 하는 것은 짐승들에게 자비(慈悲)를 베푸는 보시(布施)행위가 되는 셈이다.

조로아스터교인들이나 티베트 사람들의 노출장 풍습이 그들의 종교에 기반을 둔 세계관의 결과라면 오래전 몽골 사람들이 시행한 노출장은 세계관과 더불어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몽골 사람들은 14세기 이후 공산화가 되기까지 티베트 불교와 같은 라마교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노출장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유목민 생활을 하는 몽골 사람들은 양질의 목초를 찾아 빠르게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시신을 보관하거나 별도의 애도 시간을 갖는 장례 방식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초원 위에 둠으로써 새나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도록 하는 노출장, 즉 조장이나 혹은 풍장이 자연스럽게 행해졌던 것이다.

고고학적인 발견에 따르면, 이미 네안데르탈인들은 죽은 사람의 장례를 의식으로 거행하였다. 시신을 닦고 특별한 옷을 입혔으며 혹은 종교적 의미를 갖는 물건이나 부적(符籍)으로 장식하기도 하였으며, 죽은 사람을 바다에 가라앉히거나, 방부(防腐)처리를 통해 미라(Miracle, Mummy)로 만들거나, 혹은 영묘(靈廟)나 지하 납골묘와 같은 특수한 건축물 안에 안치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이집트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된다. 장례의 특이한 형식들은 죽은 사람의 지속적인 안식보다는 저승 세계로의 여행길을 더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한 생각들로 인하여 그리스 사람들은 저승으로 가는 노잣돈을 죽은 사람과 함께 묻었다.

또 우리가 에스키모(‘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란 뜻으로, 백인들의 조롱 섞인 편견이 들어간 이름)라고 부르는 이누이트(Innuit, ‘우리’혹은‘진짜 사람’이란 뜻으로, 북극 원주민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족들이 사는 북극은 짧은 여름기간을 제외하고는 일 년 중 대부분의 날들은 땅이 꽁꽁 얼어있다. 그들은 땅을 팔 수 있는 조건이 되지못하기 때문에 얼음 위에 시신을 누이고 그 위에 돌을 쌓아 석총(石塚)형태의 무덤을 만들기도 하며 얼어붙은 자연환경의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곰을 신성시하는 토테미즘(totemism, 원시사회에서 동식물이나 자연물을 신성시함으로써 형성되는 종교 및 사회체제)적이고 동시 자연 순환적인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시체를 북극곰에게 먹이로 준다. 곰에게 먹힌 사람은 다시 곰으로 태어나게 되고, 사람은 곰 사냥을 통해 그 곰을 먹게 되고, 인간에게 먹힌 곰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믿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로 보기보다는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로 여기기 때문에 이런 장례 풍습이 나올 수 있었다. 아프리카 가나의 해안지방에 거주하는 가(Ga)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농경, 어로, 교역 등에 종사하고 있었으므로 죽은 이의 생전의 삶과 관련된 갖가지 모양의 관(棺)들이 장례에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평생을 트럭 운전사로 살아온 사람을 위해서는 트럭 모양의 관이, 야채행상을 위해서는 대파 모양의 관이 만들어진다. 공항근처에 살면서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어느 농부의 어머니의 장례식에 비행기 모양의 관을 사용하기도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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