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예쁜 사과 어려운 사과
아침을 열며-예쁜 사과 어려운 사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12 15:0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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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예쁜 사과 어려운 사과

모든 과일은 대개 예쁘다. 사과라는 과일도 참 예쁘다. 빨간 사과 푸른 사과 꽃사과 할 것 없이 모두 예쁘다. 근데 사과의 이름은 그다지 예쁘지만은 않다. 사과의 ‘사’자는 모래 사를 쓰니 모래 같은 과일이다. 먹을 때 사과 속살을 보라, 모래처럼 작은 입자가 관찰될 것이다. 그래서 모래과일이 됐다.

그렇지, 예쁜 그 사과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어려운 사과가 있으니 자신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그 사과는 얘기해보고 싶은 것이다. 특히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직위가 낮은 사람에게 해야하는 사과는 너나없이 어렵게 마련이다. 게다가 부모가 자식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를 청하기란 더 어렵다. 그렇다고 어린 사람이라고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사과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팔팔한 젊은 사람이면 더하고.

그리고 자식의 마땅한 사과를 받아내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고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 없다. 암튼 당당히 받을 건 받자.

일전에 딸이 내게 명백히 버릇없이 굴었다. 이에 집에서 쫓아내버렸다. 보다 못한 애들 아빠가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작업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거긴 취사시절이 안된 말대로 작업실이다. 세상에...보름이 넘도록 사과도 없고 밥 먹으러도 오지 않고 편의점음식들로 적당히 때우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걱정도 점점 깊어지는 건 당연하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고, 슬슬 구슬려서 사과를 하게하고 밥이라도 먹게 하지 못한다고 애먼 애들 아빠만 구박을 했다. 애들 아빠는 결자해지라며 본인이 알아서 해야지 괜히 남까지 귀찮게 한다고 대면할 때마다 구시렁구시렁했다.

평소 주말에는 식구들이 다 모여 특식을 해왔다. 지난 주말엔 ‘쭈삼불고기’를 했다. 마트에서 고추장불고기를 넉넉히 사고 오징어도 만원에 4마리를 샀다. 1차로 딸을 제외한 세 식구가 정말 맛있게 먹었다. 딸은 주말 알바를 하기 때문에 밤늦게 퇴근하니 그 시간 맞춰서 요리를 했다. 아직 사과가 없는 딸이 얄미웠지만 먹으러 온다는 게 가상했다. 딸이 집에 도착했고 불고기하고 남은 오징어는 데쳐서 숙회로 내놨다.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다 먹은 딸이 신사임당 한 장을 불쑥 내밀었다. “엄마, 저번엔 정말 죄송해요. 우리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요, 네?”, “그래, 사과엔 신사임당이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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