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도시의 불빛
아침을 열며-도시의 불빛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14 14:5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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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도시의 불빛

아궁이에서 타오르는 불빛은 구수하고 따뜻하고 훈훈한 행복감을 준다. 유년시절의 시골 푸근한 인심이 배어 있고 도시의 휘황한 불빛은 분주하게 오가는 발자국 소리와 메마른 타인의 냄새이고, 한발 더 나아가 퇴폐가 묻어 나온다.

아직 겨울인 이맘때 가로등 불빛은 차가운 시선으로 떠도는 부랑자의 뒷모습을 비추고, 왠지 모를 비애를 떠오르게 한다. 신부의 호의를 은식기 도적질로 배신한 장발장을 닮은 인간이 나일 수도 있고 너 일수도 있다.

불빛은 어둠을 밝힌다. 희망에 비유된다. 소금금과 더불어 썩은 세상을 정화시키기에 성스럽게 여기고, 일출의 신성한 기운을 맞으려 명소마다 인산인해다. 성직자를 흔히 빛과 소금에 비유했지만, 시대가 타락해서인지 걸림돌이 되는가 하면 괴물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법정에 피의자로 서는 모습도 가지가지다. 사기꾼은 점잖은 편이다. 바로 얼마 전에는 청소년과 젊은 여성 다수를 성추행, 성폭행한 목사가 1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성폭행을 하면서 하나님 사랑으로 하니까 죄가 아니라고 꾀었단다.

가정도 단란한 중후한 목사의 민낯이었다. 스님, 신부, 목사의 소수이겠지만 점차 많아지는 것은 물질만능과 첨단과학이 우상으로 인간의 착한 심성이 매몰되어가기 때문이리라 사방팔방 모두 악하고 모진 인간들이 득세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현 집권세력이 더욱 그러하고, 자라나는 세대가 본받을게 없어져 버렸다.

학교, 사회 어디에나 추악한 비린내뿐이니까! 코로나의 장기화로 우울증이나 절망에 처한 사람이 부쩍 많아졌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데, 지도층에 있다는 인간들은 이기심으로 끼리끼리만 뭉치고, 위로하고 보듬어줄 성직자들마저 불빛의 온기를 잃어버린다면 사회나 국가가 어떻게 바로 설까 걱정이다.

오히려 팔다리 없거나, 눈이 멀고 귀가 안 들려도 귀감이 되는 인물들을 보기도 하지 않는가! 고향 진주를 떠나온 내 영혼은 정붙이지 못한 타관 아파트의 외등처럼 어둠속에 머물고 있지만, 작은 불빛이라도 되고픈 희망은 늘 갖고 있다. 전쟁의 그루터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청춘의 영광을 2년여 전쟁터에서 쏟았으며 잠시 자유분방한 삶을 살기도 했지만 전쟁의 딱지를 오늘까지 떼어내지 못했다.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전상고통의 터널이 40년을 넘어서 50년째 이어졌고, 거동마저 힘들다, 한사람의 독자라도 감하시키는 작품 하나쯤 쓰고 싶었지만 불구 핑계로 쓰다가 말기를 되풀이만 하고 있다.

또 10여년 일간, 월간지에 썼던 칼럼 집을 출간할건지 말건지도 미정인데 지인은 독촉을 한다. 인품이 별로인 필자가 세상 탓 남 탓의 가식적 비판을 많이 했음을 아니까...아무튼 낯설기만 하고 차가운 이기의 냄새가 묻어나는 도시의 불빛보다 아련한 마음속 등불인 고향을 생각한다. 단발머리 소녀의 추억서린 언덕배기 야산, 그 타는 노을에 입 맞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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