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아! 허만선 인형(仁兄)
진주성-아! 허만선 인형(仁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14 16: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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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아! 허만선 인형(仁兄)

저는 허만선 인형(仁兄)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그 누구로 부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그러나 1945년생인 저와는 비슷한 연령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항상 존경하는 것은, 잘못된 일에는 권력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쓴 소리도 하고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대찬 말을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형을 알게 된 것은 경남도민신문이나 경남일보에 나오는 형의 칼럼을 읽으면서 부터다. 매일 쏟아지는 신문의 칼럼은 수많은 교수나 박사 또는 정치인 등 소위 출세하고 잘나가는 분들의 글이 많지만, 제목만 보고 그냥 스쳐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허형의 칼럼은 단 한 번도 놓침이 없이 애독하며 가슴에 새기고 있다.

지난 연말에 경남도민신문에 실린 ‘작은 것에도 감사하자’는 칼럼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풍요와 영광을 누릴 대로 누리고 살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이 시간에도 삶이 죽음보다 힘들다고 낙담하는 사람들이 많을게다...그러나 사물을 보는 눈이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악한 무리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이고 불의가 정의를, 불공정이 공정을 뒤엎는 사회현상은 감사를 잃어버려서이다” 라는 말씀에는 눈이 있고 귀가 있고 입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악한 무리들이 불의와 불공정으로 감사할 줄 모르며 사회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또 “11년 7개월의 무의식 상태, 4년의 전신마비, 전신뒤틀림의 영구적 상태, 후벼 파고 찢어지고 전율케 하는 수십 년...그렇게 무정한 세월을 보내온 필자는 삶이 죽음보다 비참함을 매 순간 느꼈지만, 호흡기 없이 숨을 쉴 수 있고 영양 줄달지 않고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 화장실 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라고 했다. 그 누가 허형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냥 군복무 3년을 고국에서 조용히 마칠 수도 있었으련만,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고,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베트남의 전쟁터에 기꺼이 돌진한 것은,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는 것만은 아니었지 않는가. 그대들의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천국 같은 풍요와 번영을 누리며 살고 있다.
삶이 죽음보다 비참한 현실을 살면서도 오히려 전우들에게 “생각을 바꾸고 이 순간에도 고통의 올가미에서 신음하겠지만 새해에는 고통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살아보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허형의 글을 읽으며 군 생활 내내 병참부 행정반에서 바지에 주름살 세우고 뽐내며 지낸 세월, 사대육신 멀정 하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며 살고 있는 필자 같은 사람들을 참으로 부끄럽게 한다. 허형! 힘내십시오. 정말 고맙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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