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5)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5)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18 15:5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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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25)

죽음이후는 모두가 평등하다.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 1830~1916)가 죽었다. 거행했던 장례식에 대해 기이한 사실을 들어 여기 소개한다. 오스트리아에는 옛날부터 황제의 지위가 매우 존귀하나 마지막에는 보통 사람과 똑같이 대우하는 장례 의식이 있다. 돌아가신 황제의 영구(靈柩)와 호송하는 신하들이 묘지에 이르기 전에 먼저 한 사람을 보내 묘의 문 앞에 서서 영구를 막고 들이지 않게 한다. 그가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이 지고 온 자가 누구냐?”호송하는 사람들이 대답한다.

“돌아가신 황제 프란츠 요제프다”그러면 묻는 자가 말하기를…“나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니 들어갈 수 없다”한다. “이 분은 오스트리아 황제요 사도의 왕이시다”라고 한다. 다시 묻는다? “내가 본래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니 들어가지 못한다” 세 번째 따질 때에 장례의식을 주관하는 자가 비로소 대답하기를… “우리의 동포요, 죄 많은 프란츠 요제프다”라고 한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묘의 문을 비로소 열어, 황제의 관(棺)과 호송하는 신하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장례식에 묘지로 들어가는 문을 막고 누구냐고 물어보는 의식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황제이지만 황제라고 대답하면 못 들어가고 그저 보통 사람처럼 ‘죄인 아무개’라고 해야 들어가게 된다. 이승에서의 지위나 재물 권력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교훈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384~BC322·62세)는 ‘인간은 장례의식을 하는 동물’이라고 했으며,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1694~1778·84세)는 ‘인간은 자기가 죽으리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종(種)으로서, 그들은 경험을 통하여 죽음을 인식한다’라고 했고, 프랑스의 인류학자 아놀드 반 즈네프(1883~1957, 74세)는 ‘장례는 인생의 마지막에 치러지는 통과의례(Passage Rite)’라고 했다.

▲이중장(二重葬, secondary burial): 장례를 두 번 치르는 이중장은 이차장(二次葬), 복장(複葬)이라고도 하는데, 살이 썩은 다음 뼈만 추려서 장례를 다시 하는 경우 인데 세골장(洗骨葬)이라고도 한다. 세골장은 신석기시대 이래 세계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관찰되는데, 중국 남부 지방, 타이완, 일본 오키나와, 우리나라 남서해안 등지에서는 현재도 행해지고 있다. 경북 울진군 후포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는 지름 4m남짓한 구덩이 안에 40인 이상의 뼈가 매장된 세골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법적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지석묘(支石墓, 고인돌, dolmen): 고인돌은 크고 평평한 바위를 몇 개의 바위로 괴어 놓은 고대의 거석(巨石, Megalith) 구조물을 말한다. 아시아와 유럽, 북아프리카에 6~8만기 정도가 분포하며, 숫자상으로 한국에 남·북한을 합쳐 4만기 정도로 가장 많다. 고인돌은 윗부분이 평평하며, 내부에는 방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무덤양식인데 일반적으로 족장(族長)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으나 종족이나 집단의 권위나 힘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물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고인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동양학자 조용헌 박사는 2020년 5월18일 ‘조용헌 살롱(1245)’ 〈고인돌은 왜 만들었을까〉에서 아래와 같이 갈파했다. 돌덩이는 죽은 자의 영혼이 들어가 쉬는 공간이다. 말하자면 혼택(魂宅)인 것이다.

즉 망자의 혼이 거주하는 집이기도 하다. 돌은 단단하다. 망자의 혼이 단단한 돌에 들어가 있으면 오랫동안 살 수 있다. 물렁한 데 들어가 있으면 얼마 못 간다. 집이 단단하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선사시대 고대인들이 조상의 뼈가 묻혀 있는 고인돌 앞에서 제사를 드리거나 기도하면 바위 속에 들어가 있던 조상의 혼령이 나타나 후손에게 메시지를 전해준다. 고인돌은 고대 세계의 신전(神殿)이자 신탁소(神託所) 역할을 하였다.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인간끼리 토론해서는 알기 어렵다. 신탁으로 결정하는 게 고대의 풍습이다. 핵심은 돌이다. 거대한 바위 일수록 그 영험이 더 크다. 바위에서 영험이 나온다는 것은 동서양이 모두 똑같이 생각하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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