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볼테르의 행복
아침을 열며-볼테르의 행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19 14:4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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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볼테르의 행복

볼테르는 프랑스 계몽주의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작가이다. 볼테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계몽주의라는 말을 모처럼 하다 보니 반갑고 약간 부끄럽기도 한 것이 감회가 새롭다. 출신이 가난한 농가이다 보니 지금까지 계몽을 하는 쪽이기 보다 계몽을 당하는 쪽이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계몽당하기는 유익했다. 작가가 된 이후엔 스스로 계몽을 찾아다녔다. 그러니 습관이 되어 집필하면서 타인을 계몽하려는 버릇을 지양하느라 애먹었다.

소설은 묘사를 이용한 형상화의 문학이지 설명이나 교훈의 그것이 아니다. 척 보기에도 사과임직하고 먹음직한 사과를 슬그머니 내놔야지 콩팔지팔 이것이 사과라고 설명해서는 소설로서는 꽝이다. 그런데 소설만 쓰기 시작하면 독자에게 유익한 걸 주어야한다는 쓸데없는 강박에 휩싸인다.

계몽주의에 덩달아 참여문학도 생각난다. 그 상대편에 순수문학이 있었다. 부조리하고 가슴 아픈 현실에 관여하고 참견하는 게 전자이고, 현실이고 나발이고 그냥 자기 식대로 창작에 임하는 게 후자인 듯하다. 이제는 위의 모든 문화사조들을 외면해서도 안 되고 맹목해서도 안 되는 것쯤은 알겠다.

볼테르는 아주 잘 나가던 한 때에 귀족과의 시비로 감옥을 갔다. 영국으로 이주한다는 조건으로 금방 풀려나긴 했지만 당시 유명했던 볼테르의 자존심은 분노했다. 요새로 말하면 기득권층인 귀족을 전복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개혁할 수 없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연대가 필요했고.

연대를 하자면 서민의 의식화가 필수적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서민을 계몽하지 않으면 안 됐을 것이다. 서민을 의식화하기 위해서 서민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대 자신을 위해 현명해져라. 동지에게 연민을 베풀어라. 타인의 행복 속에서 그대의 행복을 이룩하라”고 서로간의 연대를 호소했다.

무지하지 말고 현명해져서 너와 나 모두 행복해져야 한다. 현명하지 못하고 무지하면 돈도 안 따른다. 친구도 안 따른다. 남에게 속기도 십상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현명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무지에서 깨어나 현명해지면 우선 이웃이 가족 못지않게 새롭게 소중해진다. 자연 올바름이 눈에 들어온다. 올바름은 다른 게 아니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우리가 함께 좋은 것이 올바른 것이다. 함께 좋은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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