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무너지는 지방대 어떻게 살릴 것인가
시론-무너지는 지방대 어떻게 살릴 것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24 14:3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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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무너지는 지방대 어떻게 살릴 것인가

2021학년도 전국 전문대학 신입생 정시모집 결과 경쟁률이 전년도에 비해 모두 떨어졌다. 그나마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은 정원미달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방의 전문대는 대규모 미달사태가 예상된다. 정시 모집에서 3:1이상은 되어야 미달사태를 막을 수 있는데 서울, 경기, 울산을 제외하고 다른 시·도 전문대 경쟁률은 2: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항간에 떠돌던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다’라는 말이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4년제 대학도 미달사태가 발생하여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과 최신 아이폰을 지급하겠다고 유혹하고 있는데 지방의 전문대학이 학생을 충원하는 것은 전쟁과 다름없다.

2019년 전문대학의 충원율을 97.3%였으나 2020년에는 93.5%로 떨어졌고 금년에는 90%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교육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지방대의 경우 2024년부터 신입생 충원율이 95% 이상 되는 대학은 없으며 3개 대학중 1개 대학은 70%미만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능응시자 수보다 대학의 입학정원이 많은 것이 위기의 근본원인이다. 2021년 수능 응시자수는 49만300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5만5000명이 감소한 반면 대학입시 정원은 4,000여명 밖에 줄지 않았다.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는데 대학의 입학정원은 소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이런 사태는 어찌 보면 예견된 참사라고 볼 수 있다.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고 재수를 해서라도 서울로 가겠다는 수도권 쏠림현상이 계속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경쟁력 있는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은 유지하고 지방대학의 입학정원을 줄이는 것은 수도권 편중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국가 균형발전차원에서도 그건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균형발전차원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문을 더 확대해야 한다. 현행 지방대육성법에서는 35%(비수도권), 혁신도시법에서는 30%로 규정하고 있지만 50%까지 확대하여 지방대학의 취업기반을 강화하고 교육, 취업, 정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야한다.

대학도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자구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고등학생만 받아 대학을 운영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 직장인, 베이비부머세대 은퇴자, 귀농·귀촌자 등 성인대상 교육 수요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 우리 대학은 2022년부터 스마트 귀농귀촌학과를 신설하고 평생교육차원에서 귀농사관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스마트 귀농·귀촌학과는 귀농·귀촌을 꿈꾸고 있는 도시지역 사람들이나 이미 귀농·귀촌을 해서 정착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희망하는 성인이 주교육대상자이다. 평생교육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귀농사관학교를 통해서 귀농·귀촌에 대한 기본 정보를 취득하고 귀농·귀촌학과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면 성공적인 정착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경쟁력이 있는 학과는 발전시켜 나가되 그렇지 못한 학과는 과감히 통폐합하여 나가야 한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전세계 휴대폰시장 1위기업인 노키아는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는 빠르고 한발만 늦게 대처해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개발한다고 한다. 이소식이 알려지자 금년도 입시에서 전통적인 자동차학과의 경쟁률은 현격하게 떨어졌다.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전통적인 내연기관만 가르치려고 한다면 그 학과의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노키아를 침몰시켰듯이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올해는 3주기 대학기본역량 평가가 있는 해이다. 각 대학이 평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하고 있다. 전임교수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정량지표에 의해 재정지원제한 대학이 우선 결정되고 재정지원 대학은 정량지표와 대학혁신의 노력에 대하여 평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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