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6)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6)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25 15:0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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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26)

중동 요르단의 붉은 암벽 사이에 있는 페트라의 트리클리니움 지석묘 무덤이 대표적이다. 암벽 속에 시체를 넣어 두어야만 그 망자의 영혼이 영생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란의 페르세폴리스에도 고대 왕들의 무덤이 바위 절벽 속에 서랍처럼 들어가 있다. 경주 남산에도암벽에 마애불이 새겨져있다. 신라인들은 남산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 속에서 종교적 영험이 꿈틀거린다고 믿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예지력(叡智力)은 바위에서 나온다. 고인돌은 두 가지 때문에 세웠다. 조상의 혼이 영생한다는 믿음과 조상 혼령이 앞일을 예측해 준다는 믿음에서 세운 것 같다. 효과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죽음 관광)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은 살면서 죽음을 숙고하게 되는 시기가 자연스럽게 찾아오지만, 죽음 준비 교육에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인위적으로 유도한다. 이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에세이 쓰기, 죽음과 연관된 질문지에 대답 작성하기, 죽음에 대한 사색, 공동묘지 방문 등이 있다. 이들을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하는데 재해 지역이나 전쟁터 등 인간의 죽음이나 슬픔이 어린 곳을 방문하는 관광을 말하는데, 서구에서는 이미 중세부터 있었던 관광 형태였다. 예를 들면 독일의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서대문형무소, 5·18묘지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다크 투어리즘은 죽음에 대해 사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비극적 사건에 대한 기억, 그에 관련된 과거의 유물과 장소 등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는 개인이나 대중이 학살된 장소에서, 전사자와 암살된 저명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죽음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로써 방문객에게 교육적·감성적 경험을 제공해주고, 과거의 사건에 대한 지식과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잘 알고 있는 유명인이나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되돌아보면서 인생과 죽음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장례는 음산하고 절망적인 의식이 아니다. 장례는 망자의 여행에 동행하여 그의 회귀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망자는 영적인 허물벗기를 행한다. 그건 마치 사막의 뱀이 말라 죽은 낡은 껍질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과 같다.

다음은 죽음이후의 제례(祭禮)에 대하여 고찰해 보기로 한다. 전통사회에서 죽은 조상은 산 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조상의 음덕에 의해 태어났음을 중시하였기 때문이다.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면 본인의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의 몇 대손(代孫)입니다”라고 답변을 해야만 했다. 이렇듯 한국사회의 조상은 육신은 묻혔으되 영혼은 후손들에 의해 계속 계승되고 있었다. 그래서 훌륭한 조상은 후손들에 의해 대대로 칭송되었다. 죽은 조상을 추모하며 후손들이 지내는 제사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유대관념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의식절차라 할 수 있다. 가문의 구성원을 한 데 묶는 역할을 하였고, 종적인 질서를 확립하는 기틀이 되었다. 효를 숭상하여 윗사람을 존중하고 아내는 남편을 하늘 같이 떠받들어 가정의 질서를 유지시켰다.

가정에서의 부모에 대한 효는 왕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져 가정과 국가가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는 데 토대가 되었다. 나의 출세는 가문의 영광이요 후손의 자랑거리라는 가족중심문화는 한국전통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수직문화는 창조성과 개인의 인격이 무시되는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장자(長子) 중심 문화는 차자(次子)들의 역할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고 여자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게 만들었다. 조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혈연중시문화는 배타성과 이기주의로 발전하여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발전하였다. 나의 가문, 같은 동향, 같은 학교 출신끼리 뭉치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그 이외의 집단을 배척하는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이념을 통합하는 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다. 여말선초(麗末鮮初) 부모의 시신을 매장하도록 지시하였을 때 부모의 시신에 구더기가 우글거리도록 할 수 없다면서 거절하였던 역사도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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