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엄비투향(淹鼻偸香)
칼럼-엄비투향(淹鼻偸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1.26 14: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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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엄비투향(淹鼻偸香)


요즘은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며 ‘선택적 자각’을 하고 있다.

과도한 선택적 자각은 ‘확증편향(確證偏向)’증이 되어서,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과 같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다르면 배척해버린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말도 듣지 않고, 정확한 증거를 제시해줄수록 더욱더 크게 반발하며 적대심을 갖고 분노한다. 우리사회는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온전치 못한 사회다. 날아온 주먹은 재빨리 피할 수 있지만 중상하는 혀끝은 피할 길이 없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다. 그런데 왜 그럴까? 그 원인은 우리사회가 혈연, 학연, 지연으로 단단하게 묶여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남에게 상처 주는 말과 글들이 무자비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언제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렵다. 참 잔인한 세상이다.

성현들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실천이 따르지 못할까봐서이다.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나, 부모를 잃은 자식에게도 ‘본인들 책임이 더 크다’며 비아냥거리고 비난을 퍼 붓는다. 전혀 근거 없는 비방을 하면서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말과 글을 쏟아내기도 한다.

진보나 보수, 여야 할 것 없이 많은 정치인들과 지식인, 사회지도자, 일부 종교인들까지 가담하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그들은 속은 오물로 꽉차있으면서 겉은 그럴싸하게 포장을 하고 자신과 세상을 속이며 엄비투향(淹鼻偸香)의 행위를 하고 있다.

제 코를 쥐고, 남의 향을 훔쳐 가면, 남들이 그 훔쳐가는 향냄새를 못 맡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자의 행위이다. “극단적 양극화는 상대방을 완전히 없애 버리려든다. 특히 좌와 우의 갈등은 상대에게 원한을 갚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임금이 폭정을 하면 시체가 만리(萬里)를 뒤덮고, 선정을 베풀면 웃음이 만리에 이른다 하였다.

언제나 지도자의 생각에 따라 그 단체나, 온 나라가 차별과 혼란, 고통 속에 빠지게 된 것이다. 정치지도자, 사회단체장, 종교인, 각 가정의 부모님들 모두가 지도자이다.

적습성성(積習成性)이란, 습관이 오래 쌓이다보면 그게 바로 본성이 된다는 말이다.

습관은 좋은 습관도 있고, 나쁜 습관도 있다. 어떤 습관을 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과 품성이 달라진다. 습관이 오래되면 그대로 굳어져서 삶을 규정하는 본성과 인격이 바뀌게 되어 쉽게 고치기 어렵다. 시중의 가짜정보를 활용하여 진실을 왜곡하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손가락질하면서 잘못된 허위정보를 증폭시켜서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한다면 그건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민들의 삶을 해치는 무거운 죄가 된다.

가짜뉴스는 원한을 증폭시키며, 끝내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복수하는 방법을 터득하려거든 인내하는 방법부터 터득하라. 말로는 모두를 사랑한다면서, 속으로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만 사랑하는 자들이 많다. 세상은 본래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서로 끊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의 고통은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존의 밀림이 파괴되어도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다.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일에 장애가 되는 사람을 모두 제거하려들지 마라. 어떤 일에도 너무 애착하지 말고, ‘인생사 한바탕 꿈’이라 생각하고 넓은 마음으로 편안하게,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이며, 지혜로운 삶이다.

비록 들판의 비닐하우스에 살아도 바른 언행을 하면 곧 복업(福業)의 길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 성을 만들지라도 아무런 의미나 이익도 없다.

 

범산스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JS92uFeSxvDzKJMRUi2L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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