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건강개념으로서 영적 건강
21세기 건강개념으로서 영적 건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9.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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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21세기가 시작되기 전에 일어난 변화 중에 반가운 몇 가지를 꼽으라면 '건강에 대한 정의의 변화'를 들고 싶다. 지난 1998년 세계보건기구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이라는 건강에 정의에 '영적 안녕'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지금까지 영성이나 영혼의 문제가 종교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한 삶의 조건으로 영성을 거론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것은 이제 우리가 영양 상태나 평균수명 등과 같은 양적인 요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건강의 차원이 있고, 그것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본질적인 요소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성은 우리 안에 원래부터 주어져 있는 완전성이요, 깨달음이다. 그것을 신성이라고도 하고, 밝은 마음, 곧 양심이라고도 한다.
이성이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라면 영성은 의미를 창조하는 능력이다. 이성이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 능력이라면 영성은 목적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영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하고 삶의 목적을 알려고 하고, 존재의 근원에 가 닿으려고 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 근원에서 하나임을 안다.
그렇다면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영성의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영적인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삶의 목적을 아는 것이다. 흔히 삶을 여행에 비유하는데 목적지가 어디이고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 때 여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방황일 뿐이다.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모르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저 삶의 언저리를 떠돌며 지푸라기라도 붙드는 심정으로 삶의 이러저러한 조작들에 의미를 부여해 보려고 애쓰는 것이다.
둘째 세상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다. 즉 홍익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근원이 하나임을 알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데서 나오는 마음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인간사랑, 지구사랑으로 표현된다.
셋째 열린 마음이다. 열린 마음은 자기 존재의 근원을 알고 자기 삶의 목적을 아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 '무엇을'이 분명하기 때문에 모든 '어떻게'에 대해서 유연할 수 있는 마음이다. 삶의 모든 경험들이 영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활용해야 할 도구임을 알기 때문에, 그 경험들에 대해 열려 있을 수 있고 유연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는 조화와 어울림이다. 다시 말해 잘 노는 것이다.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사람과는 물론이고 하늘과도 땅과도 조화롭게 잘 놀 수 있고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 목적이 분명하고 근원이 하나임을 알며 마음이 열려 있기 때문에 잘 통하고 잘 어울리고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째는 양심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아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내용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무엇이 옳은지를 아는 능력과 옳다고 판단한 것을 선택하려는 의지는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 참을 향한 의지, 진실 되고자 하는 의지를 양심이라고 한다.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란 영적인 완성이라는 궁극적인 삶의 목적을 알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하는 홍익의 마음이 있고, 양심적이며, 열린 마음으로 삶을 마주하고, 모두와 잘 어울리고 좋은 거래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영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튼튼한 몸이나 좋은 머리가 도리어 자신과 이웃의 건강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에 있어서도 영적인 자각이 없으면 물질적 풍요와 발전된 기술, 첨단 정보들이 인류만이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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