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7)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27)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01 15: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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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27)

지금은 늘어나는 묘지를 감당하지 못해 화장을 권장하자 부모의 시신을 뜨거운 불구덩이에 넣을 수 없다고 반대하는 일부 여론도 있기도 하다. 부모의 죽음과 남편의 죽음은 천지가 무너지는 슬픈 일이었다. 자녀와 부인은 반드시 극도의 비통함을 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동이 되었다. 부모의 상중(喪中)에는 관직(官職)을 떠나거나 과거(科擧)에 응시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혼하거나 오락을 즐기지도 못하였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간혹 부모의 사망을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는 조상의 제사를 받드는 규례를 제정하여 엄격하게 시행하였다. 6품 이상의 문관(文官)이나 무관(武官)은 증조까지 3대, 7품 이하 선비는 조부까지 2대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일반 사람들은 단지 부모만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은 문화마다 다른 죽음의 색깔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오래 전부터 인류는 다양한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내면의 심리를 표현해 왔다. 또한 색에는 주술(呪術)적인 힘이 있다고 여겨지기도 했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각양각색으로 물든 옷을 몸에 걸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특별한 성질이 더해진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내세, 천국, 극락, 지옥, 저승 등은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며 각각 특징 있는 색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색채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문화권 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초록색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행운의 색으로 대접 받는데 반해 서양에서는 요상한 색으로 여겨진다. 한편 빨강색의 경우 세계적으로 흔히 피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위험을 뜻하지만, 중국에서는 오히려 경사스러운 일에 사용된다. 죽음을 상징하는 수의(壽衣)나 상복(喪服)의 색깔 또한 각 민족마다 천차만별의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각 민족이 처한 자연환경이나 문화 혹은 종교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경우, 대개 흰색은 생명과 부활을 의미했고, 검은 색은 죽음을 상징하는 의미였다. 그들은 태곳적부터 태양 광선이 만물의 생명의 원천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이유 때문에 흰색을 생명력 그 자체로 보았던 것이다. 반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검은색을 어두운 세계와 연결시켰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온몸에 검은 흙을 칠했다. 유럽의 경우도 로마 시대부터 상복으로 검정색 의상을 입었다.

이에 반해, 한국, 일본, 중국 등과 같은 동양의 전통적인 상복 색깔은 흰색이었으며, 이는 검은색의 서양과 뚜렷이 대조된다. 과거 일본에서는 장례식을 ‘백사(白事)’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전통적인 상복 색깔이 흰색이었던 것에서 기인한다. 그 이유는 하얀 것이 맑고, 깨끗하고, 신성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르러 동양의 상복 색깔이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어 가는 추세이다. 이는 19세기 이후 서구 문물의 유입에 의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검은색 상복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1934년 일본 식민 정부는 상례(喪禮)간소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상장(喪章)으로서 검은 리본을 달게 했으며, 이후 서서히 검은색 옷이 상복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중국도 서양 의복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상복(喪服)까지 수용했다. 중국에서는 정부 요인이 사망했을 때 주요 장례 행사에서 참배자들 대부분이 검은 옷에 검은 넥타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은 각 종교에 나타난 내세관(來世觀)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인류는 선사시대이전부터 이미 육체의 소멸을 완전한 끝으로 보지 않고, 내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신(屍身)을 사후세계로 보내기 위한 나름대로 의식을 거행해 왔다. 이러한 믿음은 세계의 거의 모든 종교들이 죽음 이후에도 영혼의 생명력이 지속된다는 내세관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내세에서 어떻게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느냐의 방식에 대해서는 각 문화 또는 종교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순환적 시간관을 공유했던 문화권(힌두교와 불교)에서는 주로 ‘윤회(輪廻)’라는 개념에 의존하여 생명의 지속성을 설명하고자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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