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바람과 바람
진주성-바람과 바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02 16: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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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바람과 바람

노송의 가지 끝에서 여유를 즐기며 한가롭게 노닐던 때에도 그 고고한 자태는 들내지 않았고, 하늘과의 가름으로 멀리 수평선 그어놓고 햇살이 빛으로 부서지게 물비늘 그려내던 한낮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고, 깃대 끝 드높이 이상의 날개가 펄럭거리게 용기를 부추겨 주면서도 근엄한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으면서, 청춘의 가슴을 열정으로 들끓어 오르게 의욕의 불길에 부채질을 하면서도 섣부른 자만으로 무한질주를 하는 만용을 계도하기도 하여 고맙기도 하지만 어설픈 학식이 숙성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자기중심의 정의로 대림각의 날선 공방이 부딪힐 때마다 세론에 가세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킬 때에는 원망스럽기도 했다.

물욕의 저 편에서 나붓거릴 때에 그 청순함이 고결하고 반목과 질시 앞에 평등과 공정의 정의를 불러 올 때 그 고고함이 숭고했고 갈등과 분열의 깊은 골에서 화해를 일깨워 줄 때 그 근엄함을 숭배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한결같기를 염원했고 가름이 없기를 기원했다. 온갖 차원에 끊임없이 일고 있는 바람, 민초들의 가슴에 부는 바람, 야망의 칼끝에서 부는 정치바람, 걷잡을 수 없는 것이 애타지만 순응하지도 못하고 배척하지도 못하여 후한으로 맺힌다.

어찌하여 민심에서 부는 온유한 바람이 아니고 국가조직의 내부 갈등이 끝을 가늠조차 못하게 회오리바람으로 회돌이를 치고 있으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차라리 엷은 옷깃을 스치는 바람에 말 붙임하고 오지랖속의 깊은 곳을 파고드는 바람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한다.

월색도 얼어붙은 겨울밤, 바스락 바스락 가랑잎을 구르며 잠 못 들게 한 심사는 뭐였으며, 새벽을 더 멀리 밀어내는 까닭은 뭐였나. 스쳐 간 옷깃 한 자락에 흔적도 없이 언제나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면서,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귀띔도 없이 마음만 흔들어 놓고 가는 사연은 무엇이었나.

나뭇잎 하나만 떨어져도 쨍그랑! 하고 유리창이 깨어지는 소리를 낼 것 같은 무념무상의 평온마저 지켜주지 못하는 너를 붙잡고 하소연하는 것도 부질없지만, 삶의 무게는 저마다 체감을 달리하고 상념의 깊이도 척도가 달라서 희비의 가늠도 짐작이 안 되는 것이 세상사가 아니더냐. 덩치 큰 곰이야 바윗돌도 버겁지 않지만 개구리는 돌멩이 하나에도 생사가 달렸다. 남촌서 남풍불면 말조심 할 테니까 마스크 좀 벗게 하고 함부로 손을 대지 않을 테니까 손 소독제 좀 치워주고 누구와도 다투지 않을 테니까 거리두기 좀 거두어주면 봄바람 불어 올 새봄맞이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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