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설 연휴가 고비라는데경자년 한 해는 안 보아도 될 것들을 참으로 많이도 보았다. 안 들어도 될 것도 많이도 들었다. 전에 없던 광경들이 느닷없이 나타날 때마다 참담했고 전에 하지 않던 소리를 들을 때마다 허망했다. 분명히 별나고 특이한 광경인데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눈에 설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도 않다.
인간의 적응력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어 놀랍다. 집을 나설 때마다 차림새에 이상한 곳은 없는가 하고 거울에 비춰보며 있어야 할 것이 빠졌는지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붙었는지 살피는 것은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한 것이다.
차림새가 정말로 이상한데 왜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저건 분명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디딜 때 입고 있던 우주복이지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입을 옷이 아니다. 바깥의 광경도 분명히 바뀌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거리마다 마스크의 행렬이다. 이게 어디 생활인의 차림인가. 영락없는 가면무도장이다. 아니면 외계인의 거리다. 이래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고 눈에 거슬리지도 않는다.
어쩌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보면 이상하다. 정상이 이상하게 보인다. 이건 아니라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내일부터 설 연휴다. 예전과 같이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골길의 마을 앞에 내걸린 현수막이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뒤집혔다.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을 ‘환영한다’가 아니고 제발 고향에 오지 말고 너희들끼리 설을 보내란다.
부모들이 차례 잘 모실 것이니 아들, 딸, 며느리, 손주도 제발 오지 말란다. 직계 가족도 4인까지라서 날짜를 달리하더라도 아들과 며느리가 오면 손주가 따르고 딸과 사위가 오면 외손주가 따르는데 이 일을 어쩌나. 오지 말라는 수밖에 없다. 3·4월의 코로나 4차 대유행 여부가 설 연휴에 달렸다는데 걱정이다. 일상을 본래의 모습으로 하루빨리 되돌리기 위해서는 뜻을 합쳐야 한다. 이 난국은 조속히 극복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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