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수희공덕((隨喜功德)
진주성-수희공덕((隨喜功德)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14 14: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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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수희공덕((隨喜功德)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내가 배고플 때 양식이라도 얻을 수 있을 텐데, 이런 속담이 있는 것은 자신만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의 이중적 사고를 잘 나타내준다고 하겠다. 남이 잘되는 것이 배가 아프다는 것은 그 좋은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것에 대한 원망과 시기가 서려 있는 것이다.

남이 잘 안 되는 것을 보면서 겉으로는 진심으로 동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아주 고소해 하는 그런 심리들이 인간들에게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남이 잘되는 것을 함께 진정으로 기뻐해 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는 곧 수희공덕((隨喜功德)을 일컬음이다. 수희공덕은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는 것이다. 남의 공덕을 함께 기뻐해 주는 것만으로도 결국 자신의 공덕이 되고 복이 된다는 것이다. 수희공덕은 보현보살의 10가지 행원 중 다섯 번째 행원이며, 법화경에는 수희공덕품(隨喜功德品)이 따로 있다.

수희공덕은 남이 이룬 공덕을 기뻐해 주기만 하면, 나도 똑같이 그만큼의 공덕이 성취되니 이리 쉬운 공덕행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남의 공덕을 기뻐해 주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것은 남에 대한 나의 상대적인 우월감에서 기인한 자만심과 이기심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상을 버리고 하심(下心)하며 상대를 사랑하는 자비심을 갖추는 것이 방편이다.

사람의 마음 작용에는 관용 자애 지혜의 깨끗한 마음과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악한 마음이 있으며, 우리는 누구나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의 성공을 함께 기뻐해 주는 것은 선한 마음일 때 일어나는 것이며 시기 질투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악한 마음일 때 발생된다.

남의 성공을 시기하는 마음이 있다면 세 가지 번뇌인 탐진치(貪瞋癡)의 악한 마음으로 괴롭게 되며,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지 않고 함께 기뻐해 줄 수 있으면 그 순간 자신이 행복하고 축하받는 사람도 행복하며 선한 업이 되어 행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수희공덕은 악한 마음보다 선한 마음의 힘이 큰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커다란 공덕이 되는 것이다. 고해의 바다에서 남의 성공을 기뻐하는 수희공덕의 정신을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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