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영선반보(領先半步)
기고-영선반보(領先半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17 13:5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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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수/해군 잠수함사령부 97전대 이범석함 소령
백민수/해군 잠수함사령부 97전대 이범석함 소령-영선반보(領先半步)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었던 2020년이 벌써 두 달여 가까이 지나고 어느덧 진짜 2021년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신축년 소띠 해로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일어나는 해라고 한다. 아마 평소 소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우직하고 성실한, 그리고 인내로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새해가 되기 전에 누구나 한 번씩 본인만의 연례행사를 치르며 새해 계획을 세우고 이번에는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다짐하곤 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다행히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 곧 집단면역력이 생겨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 예상된다. 우리는 여기에 맞춰 새로운 계획들을 수립할 것이며, 이렇게 우리가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 꿀팁을 나눠보고자 한다.

나의 계획 수립 원칙은 ‘영선반보’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자성어도 있나 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의미는 아주 간단하다. 남들보다 반걸음만 앞서라는 뜻이다. 나의 성취를 위해서 목표 달성을 위해 굳이 어마어마한 계획을 수립하고 업적을 달성할 필요는 없다. 평소 남들이 하지 않았던 일,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해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이것이 곧 성취와 업적으로 이어진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내고 리더가 구성원들이 따르지 못할 목표를 추구할 때 그 일들은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앞서 나가기 위해 주변인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무리한 에너지를 쏟은 나머지 제풀에 지쳐 주저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이런 예는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나의 올해 목표는 토익 990점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 나의 실력은 600점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계획과는 무관하게 결말이 어떻게 될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한 조직을 예를 들어보자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시초를 애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스마트폰의 시초는 IBM이며, 이를 조금 더 진화시킨 것은 노키아지만 둘 다 스마트폰을 대중화시키는 것은 실패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의 스마트폰 개념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만 차이는 지금처럼 스마트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졌는가 정도이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이 상용화되어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연결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예를 들어 살펴보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너무 앞서나가기만 한다면 왜 나의 이상이 실현되지 않는지 한탄하며 천재를 알아봐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게 될 뿐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조직이 실현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 수준을 파악하고 나의 작은 노력을 보태야 한다.

음력 1월1일이 지나고, 이제 진짜 2021년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얼마든지 새해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모두에게 지금 내가 수립한 계획이 너무 과하지는 않은지, 우리 조직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 ‘영선반보’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이윽고 스스로가 원하고 조직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신축년 소띠 해, 모두가 소처럼 우직하게 남들보다 반 발짝만 더 나아가보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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