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무가보주(無價寶珠)
진주성-무가보주(無價寶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21 13:18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무가보주(無價寶珠)

불교 경전인 법화경에 보면 ‘무가보주(無價寶珠)’ 이야기가 나온다. 무가보주는 ‘무가지보(無價之寶)’라고도 하는데 가치를 말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무한한 가치를 지닌 보물이나 보석’이라는 의미다.

법화경의 ‘오백제자수기품’에 나오는 무가보주 이야기, 즉 내 안에 보물이 숨어 있는 줄도 모르고 산다는 중생들을 일깨워 주는 붓다의 가르침이다. 옛날에 잘사는 한 청년이 가난한 친구에게 보석을 선물했다. 부자 청년은 가난한 친구가 혹시 도둑이라도 맞을까봐 친구가 자는 사이에 옷 안쪽에 보석을 넣고 바느질을 해서 잘 감추어 주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아침 일찍 길을 떠나는 바람에 보석을 어디에 숨겨 두었는지 말해주지 못했다.

이에 친구는 오랜 세월 동가식서가숙 하면서 가난하게 살면서도 옷 속에 보석이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다가 오랜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난 뒤에야 그 친구가 항상 보석을 품에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무가보주(無價寶珠)가 자기 옷 속에 있은 줄을 알게 된다. 가난한 친구는 보석을 팔아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는 중생의 불성에 무한한 지혜가 있음에도 그것을 모르고 무명 번뇌에 시달리고 살고 있음을 풍자한 비유이다. 누구나 이처럼 귀중한 보배를 지니고 있음에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설하고 있으며, 이 이야기는 후대의 선종에서 ‘자가보장(自家寶藏)’이란 용어로 널리 활용된다.

이 이야기는 아울러 무명(無明)에 가려 깨닫지 못하고 생사고해(生死苦海)를 헤매다가 여래의 방편에 의한 안내로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여기서 핵심 용어는 옷 속의 보석, 가난한 방랑자이다. 보석은 불성(佛性), 가난한 방랑자는 중생을 의미하는데 중생은 불성이란 보배를 지니고 살면서도 아직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속세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 아울러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누구나 꿈꾸고 있지만 그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무가보주의 예화와 같다. 부처님은 이미 우리 곁에 있음에도 사람들은 있는 줄조차 모른다. 보석이라는 진리는 항상 우리들의 바로 옆에 있음에도 가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중생들의 문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