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담겨야 쓴 소리가 충언 될 수 있다
사랑이 담겨야 쓴 소리가 충언 될 수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9.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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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을/제2사회부 국장(하동)

우리사회에 다소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있어 보인다. “쓴 것은 모두 약이다”라는 생각을 두고 한 말이다. 이는 良藥苦口 利於病(양약고구 이어병) 忠言逆耳 利於行(충언역이 이어행)이라는 옛말에 근거가 있기는 하다.

사실 요즘에는 한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의원이나 약방에 가서 진맥을 하고 몇 가지 문진을 하면 거기에 맞는 한약을 늦어도 하루 이틀이면 집에 앉아서 받아 복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어렸을 때를 기억해 보면 한약을 먹는 것은 오늘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약재를 어렵사리 구해서 약탕기에 몇일을 두고 달이는 수고를 거친 후에야 겨우 한 사발의 쓴 약을 들이킬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수고와 사랑이었고 사실 약을 마신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정성을 마신 것과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약은 쓰고 쓴 것은 다 약이다’라는 등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세월이 변했다. 사회가 변한 만큼 약의 모습도 그것 이상으로 변해 있다. 쓴 약도 있지만 어떤 약은 복용하기 쉽도록 달게 만든 약도 있고 보기에도 좋은 약도 있다.
이제 우리사회에 깊이 박혀 있는 오해나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할 듯 하다. 쓴말은 모두 행동에 이롭고 결국에는 그 쓴말의 대상자에게 약이 된다는 생각을 다시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 비록 쓴말이지만 상대방에게, 우리의 이웃에게, 우리의 사회와 조직 속에서 도움이 되고 상대에게 이로운지는 나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기도 하다. 충언의 대상인 개인이나 이웃 나아가 우리 사회와 조직을 향한 나의 깊은 애정에 근거한 것인가를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과연 나의 충언에 약탕기에 한약재료를 넣고 하루 종일 불을 지피신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느냐 하는 것이 충언에 대한 효과를 결정지을 것이다.
최근에 지역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여러 단체나 개인을 막론하고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의 다변화와 개인의 정치참여나 지역발전 기여도 측면에서 볼 때 극히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나 이를 잘못 해석하여 내 속의 아집과 원한을 마치 지역사랑의 발로인양 쏟아 낸다면 과연 이것이 쓴 약이고 충언인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듯 하다.
사랑의 매인지, 화풀이용 철퇴인지는 매를 맞아본 사람은 곧 바로 알게 되어 있다. 매 속에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는 매 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부모님으로부터 맞은 매는 그 속에 한없는 사랑이 담겨져 있었다는 확신이다. 매질 후에 부모님은 늘 가슴앓이를 했었다.
사랑이 담기지 않는 매와 말은 상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요 그것은 악순환을 낳게 되고 습관화되어 점증법에 의거 독설로 발전되고 나아가 개인과 사회를 파괴시키게 될 것이다.
지위나 나이, 특권적 위치를 활용하여 쓴 소리만 쏟아내어 개인이나 우리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지나 않는지 우리의 행동을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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