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흘러가는 물처럼 살아가자
칼럼-흘러가는 물처럼 살아가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23 15:4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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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흘러가는 물처럼 살아가자


우리는 매일 예측불허의 나날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협력과 단결이 중요하다.

협력과 단결 속에는 정답이 있지만, 으르렁거리고 미워하고 음해 속에는 오답뿐이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보는 것은 협력관계를 도덕적 수준까지 확장시키는 탁월한 능력 때문이다. 생각을 잘하면서 살아가자. 나 혼자하고 있는 언행도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하늘과 땅, 해와 달이 보고 있고, 숲과 새, 개미나 벌레들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전봇대도 보고 있고, 벽도 보고 있다. 혼자의 언행이라도 도덕적 수준을 무시하면 상호협력을 깨트리는 행위이다. 맹수들도 사냥을 할 때는 탁월한 방식으로 협력을 하지만 도덕적 관계는 갖지 못한다. 자신을 잘 다스려서 앉을 때와 일어설 때를 바로 판단하여, 나는 과연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자문자답해보아서, 함량미달이라 생각되면 삶의 자세를 바로 교정하고, 자신의 양심을 들여다볼 줄 아는 지혜의 눈을 떠야한다.

그리하여 흘러가는 물처럼 살아가자. “요동치는 물은 사물을 비출 수 없듯이, 마음만 바쁜 사람은 자기 자신의 거울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자리에 머물 때는 산처럼, 움직일 때는 물처럼, 밤낮없이 쉬지 않고, 자신을 교정해 나가야만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물은 폭포에서는 빨리 쏟아지고 평야에서는 느리게 움직이며, 더우면 수증기로 발산하고, 추우면 얼음이나 눈비가 되기도 한다. 우리도 주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화적응하자.

깊고 차갑고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강물을 건너려면 튼튼한 배를 만들고, 거친 물살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갖추고, 노 젓는 요령까지 익혀야 한다. 흐르는 강물은 썩지도 않지만, 그 강물은 누구도 막지를 못한다. 그러면서도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불평 없이 어디에도 적응하지만, 여름의 홍수는 온 세상을 파괴한다. 그래서 겸손한 마음으로 물의 지혜를 배우자는 것이다. 외로움은 환경에서 오지만, 고독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행복을 손으로 잡을 수는 없지만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총체적 능력을 발휘하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게 된다. 요행수에 매달리지 말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운만 좋으면 산다는 말과,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호랑이한테 물려 가면 죽고, 아무리 재수가 없어도 뒤로 자빠지면 뒤통수는 깨져도, 코는 깨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바로 알아서 주변과의 협력 속에 살아가자.

가령, 본인의 뜻과는 달리 부득이하게 다니던 직장을 떠난 경우라도 전직상사나 다니던 직장을 농담으로라도 음해하지 말자. 농담한마디가 상대에게 치명상을 주고, 초상나는 수도 있다. 그런 경우를 양호유환(養虎遺患)이라, 범을 길렀다가 그 범에게 피해를 입는다는 말이다. 그늘에서 잘 쉬었으면 떠날 때도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나뭇가지를 꺾지 말자.

그동안 함께 호흡했던 사람들을 해치는 말이나, 음해하거나 비난하면 미래가 없어진다.

자기입맛에 맞는 세계만 추구하고 살면 자기를 봉쇄하고, 제한하고, 위축하게 되어 주변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되어 세상살이가 지옥으로 변해버린다. 작은 일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아가자. 오늘도 폭력과 저주와 음해의 야만이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더라도 서로 으르렁거리며 미워하거나 음해하지 말고, 협력과 단결 속에 살아가자.

물은 모든 것을 깨끗이 해주며 인자하고 유연하지만, 물 앞에서 함부로 굴면 용서란 없다. 우리사회의 치열한 경쟁,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 경쟁들이 도덕적 수준을 벗어나, 법과 질서를 저해하여 퇴보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범산스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JS92uFeSxvDzKJMRUi2L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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