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잃어버린 대화‘코밑이 급해서 눈코 뜰 새가 없다’ 예전에 많이 듣던 소리다. 그때는 짜는 소리 정도로 들었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참으로 활기 넘치는 소리다. 상상되는 모습을 그려보면 더 멋있다. 소득으로 이어질 일감이 많아서 좋고, 매상과 직결되는 손님들이 많아서 좋고, 자기 일에 매진하여 보람차서 좋다.
쉴 틈 없이 해도 일정 안에 해낼까 말까 할 정도로 일감이 넘쳐나는 것 같고, 북적거리는 손님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것 같아서 즐거운 비명 같다. 몸놀림에서 활력이 넘쳐난다. 하지만 당사자로서는 일상적 고달픔이었는지 아니면 절박한 삶의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왜 그리 바쁘냐고 다그쳐 묻지 않는 까닭은 그게 우리들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삶의 철학이 확고한 생활인의 멋있는 자세다. 특별한 사람들의 대화가 아니다.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다. ‘주말쯤에 밥 한번 먹자’ 그동안에는 열심히 일하겠다. 주중에는 일이 계속되니까 휴일인 주말쯤에는 시간을 내 보겠는 것이다. 하이칼라들만의 대화가 아니다. 보통사람들이 주고받던 대화다. 얼마나 아름다운 대화인가. 은근하고도 따사로운 정이 소복하게 담겨있는 대화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묻어있다. 생활인의 품격이 돋보이는 대화다.
‘쉬는 날 차 한잔하자’ 근무든 영업이든 막노동이든 지금은 업무 중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쉬는 날의 차 한 잔, 멋있다. 생활인의 넘쳐나는 열정이 보이고 인정이 배여서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갖추고 누리는 사람들의 대화가 아니다. 버거울 때 진땀 빼고 부대낄 때 바동대며 평범하게 살아온 우리가 나눈 대화들이다.
‘바빠서 눈코 뜰 새 없다’ 정말 그러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중에 전화하자’ 그러했던 예전 같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언제 밥 한번 먹자’ ‘언제 술 한잔하자’ ‘쉬는 날 차 한잔하자’ 예전 같은 그 날이 오면 제가 밥을 사겠습니다. 술도 한잔 사겠습니다. 물론 차도 한잔 기꺼이 사겠습니다. 빼앗긴 일상, 잃어버린 대화를 되찾을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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