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조금의 여유를
아침을 열며-조금의 여유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24 15: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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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 원장
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 원장-조금의 여유를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잠깐의 여유는 큰 활력을 준다. 자연의 흐름을 따라 하루의 일과가 흘러갈 때는 지금보다는 느리게 흘러갔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제법 여유로웠다. 계절이 바뀔 때는 자연은 참 빠르게 흘러가지만 말이다.

태양이 주는 햇볕의 온도나 하루의 일조량은 비슷할 진대 탈것의 소요시간도, 일의 처리속도도 100배쯤 빨라진 것 같다. 우리의 활동범위도 넓어져 지구 반대편 소식도 듣고 화상통화도 할 수 있으니 가끔 필자는 옛날 할머니들 말씀처럼 신기하다 느낀다. 그만큼 기다림의 시간은 줄어들었다. 거의 조바심에 가까울 정도로 서두르고 급하다.

방학동안 보낸 친구의 답장 편지를 기다리고 그리운 이의 전화소리를 기다리고 하던 이야기는 옛날구닥다리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거의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은 얼마 전 잃어버린 손 전화 때문에 더더욱 절실히 느꼈다. 가까운 지인들의 번호도 알 수 없는... 철기나 청동기시대에 거의 돌도끼만 가진 원시인이 되었다. 불편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유 없이 흘러가는 틈에 고요한 평정의 흐름을 놓쳤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그것의 존재감을 새삼 느끼며 아쉬운 느낌. 옮기리라 생각만 하고 옮기지 못한 사진과 정보들에 대한 안타까움. 다행히 찾고 나니 잠시 그 순간이 지나면 그것의 소중함에 다시 무뎌지는 것 같다. 가족처럼 말이다.

올해는 맴맴 도는 생각으로 모래성을 쌓았다가 무너뜨렸다가 하기보다는 행동하려한다. 아주 어려운 항목 중에 하나가 구체화, 순서화하여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순발력과 효율성이 늘어나려면 현재의 상태가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어수선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여 느려지는 것 같다. 언젠가는 쓸 것 같아 버리지 못하는 강박증이 있어서 하나하나 처리하려면 당연히 속도가 느리다. 자료가 많은 컴퓨터도 마찬가지이고. 정리는 버리는 것이고 정돈이 배치하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동의가 된다. 최근 이사를 하여 물건들의 위치를 찾기 어려운 일이 잦다. 아직은 유력하다 싶어 찾아보면 그곳에 있어서 다행스럽지만 그것마저 버거워지면 한번은 내 손을 거쳐 고이 보내드려야 하리라.

요즘 졸업시즌이다. 취업을 하고 자본주의의 꽃인 돈을 벌기위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돈으로 바꾸어 그 값으로 피폐해진 우리의 목숨을, 영혼을 돌본다. 그나마 취업하기 힘든 시대이지만 이 순환의 고리는 언제쯤 끊길까? 인간의 욕심은 얼마만큼 얻어야 내려놓을까? 끝이 없는 것 같다. 복지제도로 사각지대를 메우지만 서민들에게 힘들지 않은 시대는 없었다. 부와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이 돈의 수레바퀴를 굴릴 때 대신 굴려주는 사람은 힘만 들고 그 대가를 거의 누리지 못하기도 한다. 투자를 해놓고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그나마 여유롭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내일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희망도 부질없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살아낸다.

요즘 코로나확산으로 다소 경직된 인간관계는 그만큼 보다 안전하고 말랑말랑한 관계를 위해 한걸음 후퇴하는 것이라 여긴다. 강력한 바이러스를 견디며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면역력을 키워오지 않았는가? 현재의 과학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이겨낸 자들이 티격태격 살아남아 유전자에 새로운 유전정보를 등록하여 후손을 퍼뜨리고 한참동안 사람들의 생명력은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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