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
진주성-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25 15:1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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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

요즘 풍자되는 말로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세상을 시끄럽게 언론을 장식하는 ‘미투’도 지극히 잘못된 일이지만 운수가 사나워서 곤욕을 치루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고위 공직자로써 또 사회 지도층에 있으면서 모든 국민의 본보기가 되어야할 지도자가 잠간의 잘못으로 추풍낙엽처럼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사건을 두고 먼 옛날 선인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비교해 보고자 한다.

요한복음 8장(성경)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어떤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다. 당시에 간음은 십계명을 어긴 죄에 해당되어 돌로 쳐 죽임을 당하는 무서운 죄였다. 그런데 그 여자는 간음한 현장에서 서기관들에게 잡혔으니 그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여자를 돌로 쳐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서 여자를 끌고 예수님께로 갔다.

예수님이 ‘돌로 치라’고 하면 죄인을 사랑한다는 예수님이 죽이라고 동조한 것이 될 것이고, ‘돌로 치지 말라’고 하면 모세의 율법을 어겨도 되느냐고 할 것이기에 의도적으로 곤경에 처하고자 함이었다.

그들은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세의 율법에 이러한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때 예수님께서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 고 하셨다. 그들은 양심에 가책을 받아, 돌을 버리고 하나 둘 물러가 버렸다. 오늘날 자기도 허물이 있으면서 고고한 학(鶴)인양 남의 허물만 들춰내는 인사는 귀담아 들을 말이다.

중국 고사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초나라 장왕이 여러 장수들과 잔치를 벌였다. 그런데 잔치가 한창 흥겹게 어울릴 무렵 갑자기 바람이 불어 방안의 불이 일시에 꺼져버렸다. 그 틈을 타 장웅 이라는 장수가 왕이 총애하는 여인의 입술을 범하자, 그녀는 그의 갓끈을 끊어 쥐고는 가만히 왕께 그 일을 알렸다. 불만 켜면 갓끈이 끊긴 자가 왕의 애희(愛姬)를 희롱한 자라는 게 금방 드러날 판이었다. 그러나 왕은 도리어 불을 켜지 못하게 하고, 큰 소리로 “모두 갓끈을 끊어 던지도록” 명했다. 그리고 다시 불을 켰으나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장수의 갓끈이 끊어졌으므로 누가 그런 무엄한 짓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장웅은 그런 왕의 너그러움에 깊이 감복되어 뒷날 초(楚)나라와 진(秦)나라의 전쟁 때 그 은혜를 갚았다. 진군(秦軍)에게 크게 패한 초왕이 위급에 빠지자 목숨을 던져 왕을 구한 것이었다. 왕이 넓은 아량과 덕(德)이 없었다면 한 여인 때문에 자칫 큰 장수를 잃는 손실을 범할 뻔 했다. 필자는 자문(自問)한다. 나는 과연 죄지은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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