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글 쓰는 힘
아침을 열며-글 쓰는 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03 16: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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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임/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
이순임/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글 쓰는 힘

최근에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준 일이 있는데, 진주박물관 3개월 단기 계약직을 뽑으면서 ‘자기소개서와 직무계획서’를 제출을 요구했다. 글 쓰는 것이 힘든 사람은 이력서 내기도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글을 써야 하는 일 중에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적어야 하는 것이 아마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글쓰기의 난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취업준비생의 고충 중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일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정부에서 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폴리텍대학의 특성상 학생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와 같은 취업을 위한 글쓰기 지도를 많이 하는데, 대다수의 학생이 글쓰기를 너무 힘들어한다. 그래서 쉽게 글 쓰는 기술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첫째, 마음을 가볍게 가져라! 당신은 작가가 아니다. 지금 당신이 작문해야 하는 것은 신춘문예에 올릴 글이 아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의 글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으면 쉽게 글을 쓸 수 있다. 혹시 주례사를 의뢰받았다면 더욱더 가볍게 준비하자, 아무도 결혼 주례사에 관심 두지 않으니 말이다.

둘째, 글에도 밑천이 필요하다. 글은 종이와 연필 또는 컴퓨터만 있으면 쓰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일하기 전에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며 든든히 식사한다. 그런데 왜,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아무 준비도 없이 앉아 있는가? 무에서 유가 나오는 것은 없다. 글도 같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 쓰는 밑천을 준비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합격자가 쓴 자기소개서를 적어도 5개 이상은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구직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좋은 회사에 합격한 자기소개서를 공개해 두었으니, 몇 개 읽어보라. 직무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NCS 포털(ncs.go.kr)에 들어가 해당 직무를 찾고 구체적으로 어떤 직무를 요구하고 있는지 읽어봐야 작성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일도 밑바탕이 있어야 하지 아무것도 없이는 쓸 수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글에도 밑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글 밑천을 준비해서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한결 글쓰기가 쉬워진다.

셋째, 글은 고치면서 쓰는 것이다.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지도하다 보면, 한 번에 완전한 문장을 쓰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니 한 시간을 앉아 있어도 한 문장도 못 쓰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다시 읽어보고 고치면 된다. 이것을 전문적인 말로 ‘퇴고’라고 한다. 절대 한 번에 문장은 완성되지 않는다. 일단 두드려라, 고치면 된다. 첫 문장을 쓰면 다음 문장은 조금 더 쉬워진다.

글쓰기가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 글쓰기를 힘들게 배워서라고 생각된다. 독후감을 써 보았을 것이다. 독후감이 바로 글밑천으로 글쓰기의 기본이다. 책을 읽었으니 읽고 난 뒤의 느낌을 적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느낀 것이 없는데 계속 느낀 점을 쓰라고 하니 글을 못 쓰고 막막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12살 학생이 무슨 인생의 경험과 교양이 풍부하다고 짧은 소설 한 권 읽고 느낀 점이 구구절절 많겠는가? 그런데 느낀 점을 써야 해, 써야 해, 하며 힘들게 글쓰기를 해야 했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을 너무 힘들게 배워서 그렇다. 글 쓰는 것은 편하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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