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체리피킹(Cherry Picking) 효과
도민칼럼-체리피킹(Cherry Picking) 효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07 13:3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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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애/작가·진주 배영초 교사

봄비가 폭설을 안고 온 경기 북부 지역의 어려움을 매체를 통해 접한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환경에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3월! 신학기이다. 1.5단계 코로나19 방역 수칙 하에 학교와 주변 일상은 그나마 유연하다. 밀집도 2/3 등교 수업과 원격수업을 번갈아 진행한다. 얼굴을 매일 대할 수 있는 유 초등 1, 2학년 학생들의 해맑은 모습이 마치 담장 너머 개나리꽃들의 행렬과 유사하다.


새 학년이 교차하는 이 시점에서 해마다 느끼는 점이다. 가슴팍으로 파고들고 손을 맞잡던 아이들과 정다움에 대한 정 떼기 훈련을 해야 한다. 모두가 냉정과 온정의 경계에서 자신을 가두었던 곳으로 멀어져 가는 생채기를 해야 한다. 급식소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수원지 뜰에서 놀고 있던 A가 살포시 달려들어 안긴다. “선생님~~!” 하고 가슴팍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떼 내어야 한다. 가슴이 아프다. 이 외, B의 경우도 결을 같이한다. 아버지는 지체 장애로 시(市)에서 배부하는 기금으로 생활을 한다. B의 어머니는 필리핀 출신의 여성이다. B를 출산하고 한 달여도 안 돼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그리운 어머니 정이 그리운 모습이다.

그동안 B는 집안일과 어머니 역할은 지역 바우처 도우미 어머니를 통하여 9년 차 이루어지고 있다. 2월 어느 날, B의 아버지 요구 사항이 있었다. 반 편성 기재와 학교생활 전반적인 내용을 기록한 통신문이 공개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학반에 넣어 달라는 의견이다. 다소 황당했다. 다시 번복할 수 없는 입장이고 이미 아이들에게 공지가 된 내용임을 전했다. 잠시, B의 아버지 입장에서 그러한 요구에 대한 저의를 물었다. 충분히 이해는 되었으나 어찌할 수 없는 경우임을 전해 드렸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살폈다.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인식과 열악한 자신의 여건을 동정하고 긍휼로 보아 달라는 간곡한 입장이 보여 다소 씁쓸했다.

도우미 어머니를 통해 B의 교육방식과 삶의 자세를 간간이 전해 들은 바 있다. 위에 언급한 내용과 같은 맥락에서 공공시설 장애 주차 공간에 주차해 억울하게 벌금을 낸 지인(知人)이 떠오른다. 그 당시 지인은 복통이 와서 급해 점멸 등을 켜 둔 사이 신고 한 것이다. 어느 정도 지금은 인식이 좋아지고 있고 충분히 배려하고 도모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한 상황을 관철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도우미 어머니의 이야기 정황을 참고해 볼 때 충분히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런저런 마음에서 아픔을 느껴 도우미 어머니 입회하에 진급하는 B의 성장에 대한 도모를 위해 서로 만나기로 한 것이다.

때마침 살포시 새싹을 틔운 튤립 화분과 구매해 둔 동화책을 전하러 갔다. 이미 자리를 피한 눈치이다. 잠시 체리피킹(Cherry Picking) 효과라는 사회(경제)심리학적 용어가 스친다. 인간이 생활하면서 누구나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면 자기방어와 합리화를 한다. 다시 한번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란 용어를 자세히 알아보자면 체리 나무로 가득한 과수원에 가서 잘 익은 체리만 따고, 나머지 체리는 건드리지 않는 행위에서 유래했다. 자기가 불리한 사례나 자료를 숨기고 유리한 자료를 보여주며 자신의 견해 또는 입장을 지켜내려는 편향적 태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누구나 그러하다. 또 누구라도 그러하듯 이…이해하고 또 수용한다. 사랑하고 축복할 뿐이다. 봄비는 하염없이 뿌린다. 그동안의 고마움과 감사에 대한 전화벨이 울린다.

“선생님, 제가 창원에…” , “네~~감사합니다” 서로 선 긋는 훈련에 돌입하고 정 떼기 훈련에 익숙하게 하려고 조용히 눈을 감고 들어준다. B의 앞날에도 삶에도 좋은 희망의 메시지를 마음속으로 전한다. B의 꿈은 의사이다. B의 꿈대로 아버지의 불편한 몸을 치료해 줄 의사가 반드시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하고 기도한다.

 

* 작가 이력: (2005. 시조 문학 등단. 다양한 장르의 글을 꾸준히 집필 중임)
* 발간한 도서: 2011 시사집 꽃등, 2019 소설집 그 큰사랑, 2020 소설집 The Level,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730일간의 사랑(한글판, 영문판), COVID19 교육혁명의 꽃은 기본(교육 가이드북) 책과의 만남 길: http://contentsmall.kr/main/index.html
* 현재 활동은 한국(경남)문협, 진주문협 회원임
* 성장과 배움을 공유하며 다음 세대들과 소통하는 교사로 세상의 나눔과 공감을 가치로 여겨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랑을 전하는 꽃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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