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효도와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나
도민칼럼-효도와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10 15: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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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효도와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나

며칠 전에 모 공영방송에 여자출연자가 ‘사랑과 효도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열변을 토하는 것을 보는 내내 눈물 흘리며 감동했었다.

출연자의 나이는 60대 중반으로 학창시절에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불량청소년과 어울리면서 부모님 속을 무던히도 상하게 했다고 했다. 공부가 하기 싫어 가출해 자기 멋대로 살다가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고 했다. 자식을 낳고 키우다 보니 비로소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 부모 속을 안다는 평소에 부모님이 하셨던 말씀이 실감 나더란다. 부모님이 자기 때문에 얼마나 애태웠을까. 하고 크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부모님 심정을 헤아리며 은혜를 깨닫게 되었고 지난날을 후회하며 울었다고 출연자는 눈물을 글썽였다.

출연자는 명절 때 생일 때 그리고 틈나는 대로 부모님을 찾아 선물 보따리를 풀어드리면서 나름대로 지난날의 불효를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는 물질(돈)로만 효도해야 하는가 싶었다. 노후를 돌봐드리기 위해 간호인 자격증을 따고 팔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마사지도 해드리며 몸을 움직여 정성을 쏟았지만, 부모님은 세월이 지날수록 자꾸만 야위어가 안타까움만 더해 갈 뿐이었다고 했다.

출연자의 아들이 장성하고 며느리를 들이고 손자들에게 할머니 사랑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자기도 모르게 감격하더라 했다. 돈으로만 사랑하고 효도를 한다고 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팔다리만 주물러드린다고 효도를 다 했다고 볼 수 있는가? 불현듯 자기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못 해 보고 세상을 떠나게 하실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이번 설 명절에는 친정에 가면 부모님 손을 붙잡고 ‘사랑해요’ 이 말 한마디를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에 내려갔었지만, ‘엄마 사랑해요’이 말이 끝내 나오지 않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고 했다.

이날 방송 출연한 60대 출연자는 자식을 나서 키우며 부모님 은혜를 깨닫게 되고 부모 사랑하는 맘은 뜨거웠으나. ‘사랑해요’ 이 말 한마디를 전해 드리기 위해 몇 십 년씩이나 마음고생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과 남편은 경상도 사람이 아닌데도 사랑한다는 말을 부모에게 뿐만이 아니라, 부부지간에도 아직 여보. 사랑해요. 이 말을 해 보지 못하고 살다, 얼마 전에 엄마 사랑해요. 이 말씀을 드리고 나니 남편에게도 여보 사랑해요! 소리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남편이 이토록 좋아하는데 왜 진작 못 했을까. 하는 맘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 출연자가 말했던 사랑과 효도는 돈과 정성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감동했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좋은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좋은 옷을 사드리며, 좋은 집을 장만해드리고 용돈을 많이 드린 것도 효도로 볼 수 있다. 날마다 부모님을 업어드리고 어깨와 팔다리를 주물러 주어야 하는 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효도를 못 해 자격지심에 빠질 것이 아니라 어머니 사랑해요! 이 말 한마디가 더 효과적이라고 출연자는 말했다.

필자는 옛날 어렸을 때 들어온 소리가 있다. 부모 속 안 썩이면 효도하는 것이라고. 부모에게 편안한 맘 갖게 해주며 즐겁게 해주는 것이 제일 큰 효도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고 살기는 어려웠었다. 그때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라고 한마디 해 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나도 역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했었다.

요즘에 세상에 사랑이란 말은 제일 많이 사용하는 말일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사랑 사랑이란 말은 눈만 뜨면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단어가 사랑이라는 단어이다. 가정이나 직장 방송에서도 사랑이란 단어를 빼고는 얘기가 안 된다. 그렇지만 ‘사랑해요’ 이 말 한마디를 못 해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흔히 경상도 사람들은 무뚝뚝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부부지간에도 퇴근해 서로 나누는 대화가 아는? 밥 줘, 누 자자, 하루에 이 세 마디뿐이라고 하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은 아무런 근거 없는 얘기일 뿐 다만 억양으로 인한 와전된 얘기로 본다.

나는 진주에서 40년 하고도 몇 년을 더 살고 있지만, 이곳 경상도 사람들도 ‘여보 사랑해!’, ‘당신이 좋아요!’,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며 사랑놀이만 잘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돈이 없어도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다. 그리고 부부지간에 사랑놀이할 때도 ‘사랑해요’ 이 말 한마디면 만사형통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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