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이집 틀렸다. 맛없다’
진주성-‘이집 틀렸다. 맛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15 13: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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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이집 틀렸다. 맛없다’

평양냉면을 먹어본 사람이 ‘맛없다’ 말하는 것을 들었다. 반대로 유명 진주냉면을 먹고 나서 맛없다고 하는 것을 듣곤 했다.

맛의 경험이 기준이 되므로 다른 맛을 표현할 때 맛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기존 좋아했던 맛과 다른 것이지 맛이 틀렸거나 없다고 표현한다는 것은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는 이들의 맛의 기준이 잘못되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커피나 와인도 마찬가지다.

커피나 와인에 신맛이 나면 맛없다고 한다.

커피는 쓰고 달아야 하며 와인은 떫고 묵직해야 한다고 한다.

커피로스팅을 하기위해서는 산지와 품종 가공방법등에 따라 먼저 어떤 향을 표현해 낼 것인지 고민하게 되고 맛에서도 산미의 강도 단맛 바디 밸런스 후미를 혀에서 어느 정도로 느껴질지 결정 후 커피를 볶게 된다.

와인 맥주 꼬냑 위스키등 술 역시 다양한 향과 맛을 위한 숙성기간 숙성 방법 등을 오랜 경험과 자료 등으로 최상의 맛을 위해 노력한다.

맛과 향을 위해 수십년간 숙성 발효시킨 보이차나 곡우 이전의 어린 찻잎만을 따 최상의 녹차 만들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내는 농가 역시 맛과 향을 위해서다.

하지만, 처음 맡아보는 보이차나 익숙한 커피의 탄향이 아닌 꽃향과 신맛을 맛보고는 ‘맛없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화 중 ‘틀렸다’ 표현을 ‘다르다’라고 바꾸는 문화처럼 ‘맛없다’ 표현도 바뀌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기준이 정답인 맛의 ‘맛있다, 맛없다’가 아닌 혀가 느낄 수 있는 신맛, 쓴맛, 단맛, 짠맛, 감칠맛을 적절히 섞어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사람과는 소통해야 원만한 인간관계가 원활해지는데 ‘이건 틀렸고 맛없다.’라는 말은 대화를 길게 이어 갈 수 없는 방법이다.

평양냉면의 육수는 ‘옅은 육수 맛의 섬세함에도 긴 여운을 남기는 듯하다.’라고 자신의 혀가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처음 마시는 커피에서 ‘달콤한 봄꽃 담은 향과 단맛 좋은 감귤의 신맛이 살짝 느껴지는 것이 매력 있다.’라고 혀가 느낀 대로 표현하면 상대방과 더 높은 신뢰와 믿음이 쌓이게 된다.

맛은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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