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한철 장사
도민칼럼-한철 장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16 15: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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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한철 장사

처음에는 선거철이 왔나보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뉴스를 흘려버리듯 보아서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지 않고 섬진강자락에서 매화에만 취해 있는 사이, 코로나 와중에 시끄러운 일이 연일 일어났다. 그 일은 진작 구전으로 돌았지만 사람들은 반쯤 포기하며 힘 있는 놈들만 사는 세상이라고 한탄만 했다. 우리는 늘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서울의 인구가 늘어날 거라고 예상하던 1970년대 강남 개발이 시작되었다. 자기들끼리 땅에 줄 그어가며 나눠먹고 개발하고 기자들에게 아파트 한 채씩 주던 시절도 있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공정한 사회는 늘 슬로건이었지만 한 번도 공정한 세상은 없었다. 우리 어릴 때는 세무공무원, 교통경찰관이 뒷돈 받기에 최고라고 어른들이 수군거렸다. 공부 좀 한다는 동네 오빠는 세무공무원이 되어 집안을 일으키고 싶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신호에 걸리면 운전면허증 뒤에 5000원을 꽂아두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누구는 잔돈이 없어 경찰관에게 사정하니 거슬러주더라는 이야기도 1990년대 초반까지 종종 우스갯소리로 주고받았다. 실제 그랬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금융실명거래법이 생기고 김대중, 노무현정부가 탄생하면서 사람들은 약간의 공정함을 맛보기 시작했다.

헌데 더 교묘하게 도둑질이 벌어지고 자기들끼리는 소통하고 나눠먹는 사회가 되어서 그 꼴을 못 보겠다고 사람들이 촛불광장으로 모여든 것이 4년 전이다. 요즘 가장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LH사태는 터질 일이 터진 것이다. 투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보가 곧 권력이고 힘이었으니 암암리에 서로 어디서 나온 고급정보라며 주고받는다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었다. LH토지공사가 LH투기공사였다고 LH라는 영어를 한글로 내(나)로 바꿔서 다 내꺼야, 라든가 신직업등급에서 1등급 판사와 LH직원이 같고 5등급인 대기업직원이 LH직원의 친구만 되어도 가능하다는 둥 풍자와 비아냥거림이 줄을 잇고 있다. 예전에는 돈을 차지하기 위하여 재벌과 정치인이 모략을 꾸미고 판, 검사가 뒤를 봐주고 기자들이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영화가 나왔다면 이제 나름 하급 공무원 사회는 청렴도를 향해 가는데 그 사이 공기업인 LH가 끼여서 그 정보를 또 정치인과 나누고 변호사가 뒤를 봐주는 영화가 나오려나? 지난 2년 피로감이 올 정도로 검찰적폐로 사단이 났었는데 검찰은 이제 그 고리에서는 빠질 수 있으려나?

우리는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지만 단언컨대 어렵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다. 70년대에는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촌지를 받는 교사가 희귀하다. 일제강점기부터 순사인 경찰이 가장 무서운 존재였지만 지금은 서비스하는 경찰이 되었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귀한 판사가 탄핵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세상이 바뀐 것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왜 바뀐 것이 없는가? LH사태 같은 일이 터진 것도 바뀐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증거다. 다만 선거를 앞둔 한철 장사처럼 끝나서는 안 된다. 당리당략으로 해결하기보다 근원을 뿌리 뽑아야 한다. 부정부패방지법으로는 약하다. 같은 한통속이면 내부자가 고발하기 어렵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이제라도 통과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급 적용되어야 한다.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국회의원들을 기억하자. 자기들이 걸리지 않고서는 왜 반대하겠는가?

모두 조금이라도 공정한 세상을 원한다면 어느 지역에 사니 어느 당을 민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제발 무식한 빨갱이라는 말도 하지 말자! 카톡에서 울리는 쓰레기정보들 중 어김없이 그는 빨갱이다, 라는 말로 모든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 본인이 이용당하는 것도 모르고 기득권인줄 아는 이들이다. 정말 덜 억울한 세상을 원한다면 LH사태와 더불어 우리가 풀어야할 불공정한 일들에 관심을 끊지 말아야 한다. 요즘 낙숫물에 바위 깨지는 모습을 보려니 조갈증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부터도 허망한 마음으로 포기하기보다 이사태의 진행을 지켜보기로 한다. 지방분권만 제대로 이뤄져도 신도시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싶고 이 사단이 웬 난리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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