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욕망
진주성-욕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18 14: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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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욕망

동물의 세계에는 배고프면 사냥을 하고 배부르면 잠만 자는 단순한 삶이 지속된다. 가끔 암컷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거의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장님이 있다면 그의 바람은, 얻어먹더라도 밝은 광명의 세상을 살고 싶을 것이고, 귀머거리가 있다면 남의 말을 듣는 것이 소원일 것이다. 또 벙어리라면 말할 수 있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 이외에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필자의 지인 중에 멀쩡하던 사람이 3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근 50년을 출입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소원은 부귀영화도 명예도 필요 없고 오직 내발로 걸을 수 있고, 좋은 음식이 아닌, 보리밥 한 덩이 싸들고 지리산 먼당(산마루)에 올라가 먹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그 뿐인가. 아무런 죄 없는 그의 부인도 장애 아닌 장애인이 되어 일평생을 시어머니 모시며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같이 좋은 세상에 한 평생을 어데 관광이나 해외여행 한 번 못하고 남편의 손발이 되어 한 평생을 갇혀 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에게는 돈도 재산도 명예도 권세도 필요 없고 오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정상적인 건강만이 유일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사대육신 멀쩡한 우리들은 어떤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태어날 때 맨주먹으로 태어났고 이 세상을 떠날 때 또한 빈손으로 떠날 것이다. 아무리 재산이 많고 천석꾼 부자라도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고 또 가져간들 어디다 쓰겠는가. 그냥 살아가면서 남에게 빌리러 가지 않을 정도의 재산에 적당히 여가선용을 하며 살 수 있다면 만족해야하지 않을까.
99개를 가진 사람이 100개를 채우기 위하여, 하나를 가진 이의 물건을 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건강한 몸에, 누릴 것 다 누리고 살면서도 명예를 얻기 위하여 남을 헐뜯고 비난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 있는 재산만 해도 다 못 쓸 재벌 2세들의 소송과 싸움, 공직을 이용하여 사전 정보를 입수하여 부동산 투기를 하여 벼락부자가 되어 거들먹거리는 사람들,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 모든 권력이나 명예나 재산도 한낱 물거품이요 뜬구름이요, 강산도 10년이면 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희망인 것은, 갖은 고생을 하며 혼자 손으로 염소를 키워 억대의 장학금을 내는 할머니가 있고, 연말 자선냄비에 아무도 몰래 돈뭉치를 두고 가는 기부천사도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베풀고 보시하는 일은 천당 극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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