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꽃 그리메, 산 그리메, 정 그리메
도민칼럼-꽃 그리메, 산 그리메, 정 그리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21 14: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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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애/작가·진주 배영초 교사
안정애/작가·진주 배영초 교사-꽃 그리메, 산 그리메, 정 그리메

한 달 전 고교를 졸업한 곳에 발령지가 되어 교사로 오셨던 교수님을 38여 년 만에 만났다. 어문학 계열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정년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성과 열정이 대단하셨다. 남강 변의 언덕 구릉지에는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가 대비된 봄 향의 물결이다. 봄꽃을 보듯 너무 반가웠고 다소 설렘도 있었다. 그 당시 대학원 공부를 비포장 길 시골 버스에 몸을 싣고 주말을 반납, 지속적인 학구열로 대학 강단을 지켜 이젠 아름다운 은퇴를 앞두고 삶을 누리는 모습이시다. 장년을 맞이한 즈음, 정감이 묻어난 대화는 추억이라는 열차에서 내려다보이는 창(窓) 가에 봄밤의 포근함으로 번졌다. 메마른 가슴 언저리 한줄기 단비처럼 꽃 구슬 엮고 엮어 밤이슬 내린 강둑, 보랏빛 꽃물 번져 나비 떼 짙은 설렘, 풀꽃으로 춤춘다. 그리움이란 등단 시구와 김춘수 선생님의 ‘꽃’이 오버랩 되어 잔물결로 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시간의 강(江)은 쉼 없이 흐른다.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한 우리는 거리 두기 일상이다. 애잔한 추억이 꽃 그리메, 정 그리메 일지라도 잠시 이성적인 시각에서 현실 거리 두기로 살핀다. 오늘날 정서는 배꽃 밭에서 갓끈만 잘못 써도 일파만파(一波萬波) 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오해의 소지도 미화의 그림자도 멀리하는 것에 익숙하다. 세상 풍속도 흐름에 합류한다. 윤재환 시인의 거리 두기 시를 음미한다. 가장 아름다운 거리는 기차 레일이다. 더 멀어져도 가까워져도 안 되는 거리를 통해 기차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간다.

이에 정호승 선생님의 시 ‘누구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나오는 산 그림자 역시 꽃 그림자, 정 그림자 못지않은 복선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는 모습에 오늘날은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고 외로움에 더 목말라한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임과 동시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해! 어느 날 여자 친구의 말이 여운으로 남는다. 실컷 수다를 떨고 또 무슨 이야기가 남은 것인지 나중에 전화할게! 하고 친구와 헤어진다. 그 후 다시 전화해 친구한테 해준 말, ‘외로우니까 사람이야’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가슴에서 남는다. 그러나 자신의 아름다운 나를 발견한 자는 그 영원함에 기쁨을 안고 삶을 풍요롭게 향유할 것인데 경계가 모호하다. 밝은 봄빛이 맑은 3월의 학교 뜰에 수선화로 더욱더 노란빛이 선명하다. 수선화의 꽃말처럼 고결하며 신비하고 자존감이 강한 자기 사랑에 내실을 가한다. 외로운 사람이지만 그 안에 즐거움과 기쁨을 남기기 위해 삶에 더욱더 사랑을 배우고 채워 나누고 베풀어 본다.

마치 수선화의 재발견과도 같이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연마해 아름다운 자기 사랑과 내면에 꽃씨 하나 심는다. ‘ 앞서 나가는 자가 되기 위하여 먼저 시작하여라! ’는 마크 트웨인의 어록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나! 그 안(內)은 꽃 그림자로 물들 것이다. 물론 정(精) 그림자로 연결되어 산(山) 그림자로 이어질 것이니까.


* 작가 이력: (2005. 시조 문학 등단. 다양한 장르의 글을 꾸준히 집필 중임)
* 발간한 도서: 2011 시사집 꽃등, 2019 소설집 그 큰사랑, 2020 소설집 The Level,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730일간의 사랑(한글판, 영문판), COVID19 교육혁명의 꽃은 기본(교육 가이드북) 책과의 만남 길: http://contentsmall.kr/main/index.html
* 현재 활동은 한국(경남)문협, 진주문협 회원임
* 성장과 배움을 공유하며 다음 세대들과 소통하는 교사로 세상의 나눔과 공감을 가치로 여겨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랑을 전하는 꽃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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