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욕망, 갈취
아침을 열며-욕망, 갈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22 14:49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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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역리연구가
이준/역리연구가-욕망, 갈취

“사는 게 지겨워…” , “죽지 못해 사는 게지…”, “그래도 젊었을 땐 꿈이라도 있었는데…”, “난 참 바보처럼 살았어…” 평소 아는 이의 넋두리를 하염없이 흘려들으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이라는 시대와 경남 서부라는 공간과 진주라는 심리가 복잡하게 휘몰아친다. 이런 넋두리를 들으면서 뭐라 맞장구쳐주어야 할지, 뭐라 대꾸하여야 할지, 어떻든 참 난감하다.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내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그것은 뜻 없이 사라질 소리고, 답도 아닌 그저 뜻 없는 울림의 후렴치 일 뿐이기에, 달그락거리는 젓가락 소리에 묻어 그저 묵묵히 잘 먹지 못하는 술잔만 들었다 놓았다 할 따름이다.

계속되는 넋두리…“‘국가와 민족’이라는 대 전제에 심취하여 나라의 발전을 나의 발전인양 전율했어, ‘우리나라 공동체’라는 혼연일체의 기쁨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살아가는 모습에 나 스스로 긍지에 가득차 혼자 넌지시 웃었어…그런데 뭐야? 나는 아직도 자식들 뒷바라지 해야 하는 신세고, 이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그저 막막해, 일거리도 없어…다른 사람들처럼 돈 벌 재주도 없어”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먹먹하게 만드는가? 개인의 탓인가, 정책의 실패인가, 시운의 흐름인가? 국운이 망조로 접어드는가? 인구 5000만명 이상 되는 나라로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국가에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들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서울의 집값은 한 채에 몇10억원을 넘는다고 연일 TV에 떠들고 있는데, 이웃엔 그게 뭔 소리냐는 듯 하루하루를 견뎌내기가 어려운 이들이 절대다수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어. 정말 성실하게 살았어.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왔어. 그런데 남는 것은 자식새끼하고 빚더미뿐이야…” 대다수의 사람들의 열정과 성실 덕에 우리나라는 세계 사람들도 부러워할 위상에 접어들었다고 자화자찬하는 형국이다. 필자의 주변에도 외국인들이 많고 다문화 가족들도 많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돈벌이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결혼도 하였다. 이런 현상을 두고 볼 땐 우리의 경제적 성과는 대단하게 보인다. 하지만 장막을 거둬 안을 들여다보면 하염없는 쓸쓸함이 끝없다. 우리의 노력을 누가 가져갔을까? 우리의 과실을 누가 뺏어갔을까? 우리의 기회를 누가 박탈해버렸을까? 그래도 세상은 조금 밝아져 이런 소리를 하여도 잡아가지는 않는다.

‘정의 사회’를 외치던 군바리 시절이었으면 필자는 빨갱이로 낙인 찍혀 한마디 변명도 못한 채 금방 쇠고랑 신세다. 힘과 공갈과 갈취의 시대도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욕망의 시대였기도 하였다. 그 시기를 그리워하며 한 때 ‘잘 나갔다’고 추억하는 이들이 주변에도 많다. 한편 그‘잘 나갔던’ 대열에 뒤섞이지 못한 이들은 지금도 시장의 언저리에서 언 손을 호호 불고 있다. 우리들의 몫을 누가 갈취해 갔을까?

필자는 생각해 본다. 욕망과 계략에 능숙한 세력의 ‘말장난’에 착하고 마음 여린 이들이 처참하게 갈취당하고 능욕당하며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고…기회와 땅과 부동산과 힘을 박탈당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옭아매고 있었던가? 감히 단언한다. 그것은 정치권력을 장악한 자들의 ‘거짓’이었다. 그것은 민심의 마찰을 이용하여 정권을 잡은 의욕만 앞선 ‘환상’이었다. 그것은 의지도 능력도 비전도 없이 입술로만 나불대는 권세 집단의 ‘낱말’이었다. 그것은 늘 그들이 입술에 달고 사는 ‘국민’이라는 허울 좋은 소리였다.

‘눈뜨고 코 베인다’는 속말처럼 밝히 귀로 듣고 밝히 눈으로 보고서도 소리 소문 없이 우리의 시간과 우리의 노력과 우리의 결실을 강탈당하고 있다. 교묘한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어리석은 제도의 모순적 마찰로 인하여, 그리고 오늘도 들끓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편향된 광기’로 인해 이처럼 오늘도 우리의 의식은 힘 있는 자들의 세치 혀끝에 농락당하고 있으며, 지금도 우리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몇 푼은 그들의 교묘한 술수에 ‘갈취’당하고 있다.

미헬스가 말했다. ‘과두제의 철칙’이라고…권력을 잡은 자들은, 권력을 맛본 자들은 오로지 그 정치권력의 유지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가치도 두지 않는다. 정권유지 외에는 어떤 소리도 바람에 날리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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