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24)-통영 ‘벽방산 농원’ 김원수 대표
강소농 현장을 찾다(24)-통영 ‘벽방산 농원’ 김원수 대표
  • 배병일기자
  • 승인 2021.03.23 17:2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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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즐기는 마음으로…농업인 삶의 질 향상 노력”
▲ 통영 ‘벽방산 농원’ 김원수 대표는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과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직접 키운 재료로 백숙집 운영하다 귀농

머위·고구마·산채 재배 5년차 농사꾼
로컬푸드매장 소비자 직거래 소득 향상
농산물가공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앞장


통영시 벽방산 아래서 머위, 고구마, 산채를 재배하고 있는 ‘벽방산 농원’ 머위언니 김원수 대표(49)는 귀농 5년차 초보농사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주위에서 ‘농사는 시작이 곧 고생길’이라며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말렸지만 아직은 농사가 재미있고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것이 즐겁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통영지역에서 강소농으로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과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머위를 수확하고 있는 김원수 대표.
머위를 수확하고 있는 김원수 대표.

-본인을 소개 해 달라
▲아름다운 통영시 벽방산 아래에서 머위, 고구마, 산채를 재배하며 머위언니로 통한다. 귀농한지 5년 됐으며 ‘벽방산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초보 농사꾼이지만 현재는 작지만 강한 ‘강소농’으로, 통영 로컬푸드회 대표, 통영 안심푸드협동조합 이사로 활동하면서 농업·농촌을 알리고 통영시 농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귀농하기 전에는 어떤 일에 종사했나
▲본격적인 농사를 짓기 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직접 가꾼 채소와 닭으로 백숙집을 20여 년간 운영했다. 그때, 좋은 재료와 맛, 서비스로 단골들이 꽤 많았고 아직도 그 맛을 못 잊어 찾는 분이 있다. 그분들이 제가 하고 있는 로컬푸드 상품화에 도움이 돼주셨다.

-가게를 놔두고 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부모님께서 연세가 드시면서 가게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때 텃밭에서 채소와 산야초를 재배하면서 농산물 도매시장과 새벽시장에 출하해보니 생각보다 소득이 생겼다. 이후 농사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농자금을 받고 농부가 됐다. 솔직히 주위에서는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말렸지만 아직은 농사가 재미있고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것이 즐겁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

마산로봇랜드에서 진행된 강소농 직거래장터 참여 모습.
마산로봇랜드에서 진행된 강소농 직거래장터 참여 모습.

-귀농전 농업, 농촌에 대하여 갖고 있던 생각과 직접 농사를 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점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과 거칠어진 손, 주변에 고생하며 농사짓는 농민들을 보면서 ‘농사는 시작이 곧 고생길’이겠구나 싶어 멀리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힘은 들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또, 농촌에서 생활하다 보니 마을마다 고령자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이분들과 함께하고 농업과 농촌을 지켜내야 하는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귀농한 지 5년이 흘렀으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됐나

▲요즘, 농사짓는 기술과 더불어 어떤 방법으로 유통하는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예를 들어 봄을 맞아 생산한 머위의 순 경매가가 3000원/kg 정도다. 전년 대비 5~6배 정도 하락한 가격이다. 이렇게 농산물 도매시장에 판매하면 경영비가 남지 않는다. 요즘은 로컬푸드매장과 SNS로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하면서 전년도 가격을 고집하고 있다.

시기가 지나 판매하지 못하고 남는 것은 건조해서 더 좋은 가격을 받을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농업기술센터 직원과 주위의 좋은 분들을 만나 어떻게 농산물을 가공하고 파는가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묵나물을 만들어 판매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묵나물을 만들어 판매했다.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순간과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농산물 판매 예약을 받고 돈도 미리 받았는데 냉해를 입어 수확을 전혀 하지 못해 고객님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 가장 미안하고 곤란했다. 반대로 가장 보람된 순간은 로컬푸드매장이 하나 더 늘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을 때 “원수야! 수고 한데이. 건강 챙기라”라고 응원해 주시는 회원님들 정말 고맙고 따뜻했다.

-농산물 재배에서 유통과 가공 판매 분야로 많이 진출했는데 이렇게 전환을 하게 된 배경이 있는가
▲생산 농업에는 분명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제가 정성스럽게 키운 작물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빼앗기다시피 출하되고, 막상 시장에 가보면 경매가와 비교해서 몇 배가 넘는 금액으로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소비자와 직거래를 할 수 있다면 괜찮겠다 싶어 직거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교육받았다.

-요즘 일상을 알려 달라
▲제일 먼저 눈뜨면 기분 좋게 통영 농민들의 자랑인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달려가 재빠르게 정리하고 농장으로 출근한다. 새봄의 기운을 머금고 자란 향긋한 어린 머위와 봄나물을 채취하여 차곡차곡 매장에 나갈 채비를 한다. 이제 곧 감자와 고구마를 정식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오후에는 회원들과 함께 통영 농산물 가공을 위해 교육과 실습을 한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건 나물 만들기, 집안일도 잊지 않는다.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사실, 지난해 강소농 활동으로 야심차게 2020 제1회 통영파머스마켓을 계획하고 강소농회원 10농가와 함께 홍보 카드도 만들었다. 또한 인근 거제, 고성 회원들과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 2일 전 취소됐다. 너무너무 아쉬웠는데 언젠가 강소농 분들과 함께 행사해보고 싶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농산물 가공교육을 받고 있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농산물 가공교육을 받고 있다.

-후배 농업인·귀농인에게 한마디
▲농업은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하고 목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농업 초보자나 귀농인이 생산할 수 있는 특용작물은 없다”는 어떤 컨설턴트가 한 말이 생각난다. 초보자가 할 수 있다면 선배 농업인들은 가만히 있었겠나 싶다. 귀농하시는 분들에게는 힘들게 농사를 지으려하지 마시고 농산물을 판매에 노력하시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근래에 이루고 싶은 계획은 무엇인가
▲통영 로컬푸드, 통영 안심푸드, 강소농회원들 모두가 농업을 마지못해 생존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삶의 공간’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싶다. 2021년 올해부터 통영에는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이 시작한다. 농업농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첫 번째 대규모 사업이다. 적극적으로 이 사업에 참여해서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 공동체로 할 일을 추진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농업인이 생산, 가공, 유통 분야를 아우르다 보니 때로는 심신이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농산물가공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에 기쁨을 나누며 제가 생산한 농산물을 드시는 소비자와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있어 행복하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그것을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 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하셨는데, 많이 즐기면서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하고 있다. 많은 격려와 응원 그리고 좋은 가르침 부탁한다. 배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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