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대응에 대한 진주시민의 자세
기고-코로나19대응에 대한 진주시민의 자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25 15:4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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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진주실크 공동 브랜드 (주)실키안 대표이사
박태현/진주실크 공동 브랜드 (주)실키안 대표이사-코로나19대응에 대한 진주시민의 자세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다.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또 한 아이는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다면 어느쪽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제목으로 유명한 조세희 작가의 소설집에서 위와 같은 유명한 질문이 나온다. 흔히들 얼굴이 새까맣게 된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 대답하지만 실상은 얼굴이 깨끗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매진 아이를 보고 자신의 얼굴을 씻지만, 얼굴이 새까매진 아이는 말끔한 아이를 보며 자신도 얼굴이 깨끗할 거라는 생각에 얼굴을 씻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에 상황에서도 진주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에는 이런 역설이 적용되는 것 같다. 코로나19의 감염확산으로 내 가족, 내 생활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외식 대신 배달을 시켜먹고, 가족 간의 모임조차도 영상통화를 통한 비대면으로 할 만큼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켰건만, 코로나19 감염자만 늘어나니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은 것 같고, 진주시의 방역 정책이 효과도 없어 보이는 게 비난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릴 곳을 찾게 되기도 한다.

사실, 지난 10월 이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전 우리 지역은 대구, 경기도 등을 거쳐 전국적인 유행을 할 시기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피해를 최소화 해왔다.

진주시에서도 지난해부터 4차례 경제대책을 발표하고, 방역단계별 맞춤 대책을 펼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감염확산을 위해 도내 최초로 선별진료소 드라이브스루 검사 실시, 전 시민 코로나19 무료 신속·선제검사, 전 시민 독감백신의 무료접종 등 방역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방역수칙을 지키는데 잠시 느슨해진 것을 틈타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또 다시 모든 시민들이 나누어 져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에서는 지난 3월25일까지 상대동민 중 가구당 1명씩 코로나19 선제검사를 받도록 했었고, 해열제를 구입하는 시민에게도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혹자는 왜 이 시기에 사람들이 목욕탕을 가서 코로나를 확산시켰는지, 그 피해를 상대동·하대동 주민들이 모두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행정기관에서 목욕업소를 모두 문을 닫게 하기에는 목욕업소를 이용하지 않으면 씻기조차 어려운 소외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하기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아직도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사회적 불편을 감수하고 있고, 또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지 갑갑한 마음이 많기만 하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질문했던 굴뚝청소하고 온 아이에 대한 답변에 다시 한 번 같은 물음을 던진 작가는, 결과적인 현실은 굴뚝 청소를 하고 내려온 두 아이 중 한 명만 깨끗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즉, 우리 모두가 코로나19로부터 누구도 안전할 수 없기에 누구를 비난하기 보다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 상황을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지금까지의 방역수칙을 잘 지켜온 진주시민들 덕분에 코로나19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현 상황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진주시민 모두가 조금은 힘들지라도 방역당국의 행정명령에 따라 가구별 선제검사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좀 더 힘써준다면, 위기 때마다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갔던 선조들의 진주정신이 다시 한 번 역사에 기록될 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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