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영등(燃燈)할미가 세상을 밝힐 때
도민칼럼-영등(燃燈)할미가 세상을 밝힐 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25 15:4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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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경남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남강문학협회장
김기원/경남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남강문학협회장-영등(燃燈)할미가 세상을 밝힐 때

세시풍속에 음력 2월 달은 기후 변화와 환경요인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 ‘긴장과 소란이 많이 생기는 달’이라 일컫는 말이 있다. 지난해 올해에 걸쳐 코로나19에 사람들은 봄철을 맞아 더 긴장되고 화가 넘친다. 그래도 백신 개발로 방역의 종말을 예상하는 소식에 희망이 보였지만 나라마저 땅 투기 부정에 휩싸여 봄 길을 잃은 국민은 정직하고 까다로운 영등할미(2월 할만네)의 배경을 통해 해결점을 찾는 듯하다.

음력 2월 달을 영등날, 영등할미의 날로 제석 날이라 칭하며 1년 농사의 성패와 밀접한 관계되는 의미가 있다. 바람과 추위를 보내고 따뜻한 봄날은 맞아 만물이 소생하고 한해의 본격적인 농사일과 1년 사업이 시작한다는 의미로(동국세시기 참고) 음력 2월 초하루 날을 ‘머슴 날’이라 하며 일꾼들을 배불리 먹이고 땔감 나무를 하지 않는 것도 일꾼들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도 있지만 이날만은 외지에서 귀하게 마을로 찾아 드는 영등할미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한 환영하는 의미가 더 크다.

특히 영등할미는 농업 어업을 관장하는 대장으로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명칭과 의례가 다양하여 대접하는 의례법이 있기 마련이고 영등할미 진다법(進茶法)이 전해진다. 2월 초하루 날 새벽부터 주부들은 가장 깨끗하고 청결한 마음 준비와 이런 새벽에 가까운 샘터를 찾아 마리 준비한 그릇에 물을 길어 와 큰 장독 위에 놓고 올해 농사의 풍년, 나라 태평,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간절히 기도하는 풍속으로 요즘은 영적 보다 과학에 의지하여 조상들이 삶을 위한 비결의 전통마저 잃어 나라 안팎에 영적 흉물을 잠재우는 행사가 없으니 인심이 야박하고 마음이 빈약해 불안을 잘 느낀다.

그래서 음력 2월 전후의 날씨는 모질게 싸락눈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려 한바탕 추위를 맞아 찬 겨울 동안 준비해 화려한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향기조차 분출하지 못한 채 시들어 버리는 잡풀 꽃, 백목련, 매화, 산수유들을 볼 때마다 새봄을 맞는다는 잔인하여 마지막 숨통을 풀어주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해변 마을은 영등 할미에게 대한 엄숙한 의례가 있고 보름까지 바깥출입을 금하고 한 달간 집에 머문다. 사실 음력 2월은 내내 조심하는 달이다. 고기잡이배들은 출어를 안 하고 뱃머리에 영등할미를 맞이하는 각종 표어. 풀이 및 놀이가 지방 어촌마다 전한다.

필자가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들었던 한마디가 생각이 난다. 영등할미는 혼자 오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딸, 며느리를 동행하는데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 차 향기를 펄펄 날리는 맑은 날일 경우 딸을 동행하고 거센 비가 내리는 날의 경우 며느리를 데리고 온다. 이런 행위는 영등할미의 심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 하지만 의미를 풀이하면 딸은 그해 농사에 어려운 흉년이 들고, 며느리는 그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말이다. 신축년 음력 2월 초하루(3월13일)는 비가 내렸다. 농사일을 점칠 수 있을 때 딸보다 며느리의 경우가 풍년을 예언해 주목한다. 연등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다. 2월은 풍농, 풍어 나아가서 국태민안을 기원해 줄 정신적 귀의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달이다.

2월에 대한 옛사람들이 구성해 놓은 일련의 스토리텔링이라 하겠으나 할미야. 차 한 잔 마시고 이 급한 일을 처리하는 데 돋아 달라고 외쳐 본다. 신도시 건설 추진 설계를 맞은 단체가 국가 기밀을 누설하여 만신창이 된 이 나라의 민심을 수습하는 데 사회적 불신이 젊은 청년까지 희망의 불신 때문에 영등할미의 까다로운 심사와 여겼음에 다른 바 없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이지만 기후변화로 ‘꽃샘추위에 중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기습적인 추위가 닥치곤 했고 볏짚에 불 질러 민생을 어둠에서 깨우고 밝은 마음을 여는 일을 연등할미가 어느 때보다 국민 전체가 바라는 부정을 밝혀야 이 나라 국민 모두가 바른 마음, 바른 자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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