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조증상
시론-전조증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28 14:5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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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전조증상

전조증상이란 어떤 병이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징후를 말한다. 이런 전조증상에 대해 미군 해병장교 출신인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서 한 번의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그 전에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고 하였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는 것이다.

사람의 몸도 자연의 일부라 어떤 병이 발병하기 전에 전조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세심하게 자신의 몸을 살펴 평소와 다른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때 예방차원의 조치를 한다면 더 큰 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가 있지만 몸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신호를 무시한 차량이 사고가 나듯이 우리 몸도 고장을 일으킨다.

최근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과분한 혜택을 누렸다.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고 너무 쉼 없이 달리다 보니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를 감지할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상신호를 무시하고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막상 아프고 나니 눈 하나 제대로 깜박이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실감했다. 발병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누적된 피로,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의 저하가 원인일 것이라고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큰 병은 아니라 지금은 거의 정상을 회복하였지만 아픈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자. 작은 것에 감사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일상을 맞이하자”. 가장 단순한 원리임에도 불구하고 자만과 어리석음으로 비싼 병원비를 내고 고통을 통해서 깨닫게 됐다.

화산폭발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도 전조증상이 있다고 한다. 전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빨리 알아차리고 미리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제거해서는 안 되고 근본원인을 없애야 한다.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작업이기도 하고 비용이 수반될 수도 있다.

조직도 이런 면에서 보면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2021년 입시가 끝나자 이제 수도권의 경쟁력을 갖춘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지방의 대학들이 아픔을 겪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지방의 전문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의 전문대학 입시 충원율이 84%이고 부․울․경․제주 지역의 충원율은 80%에 그쳤다.

이런 위기의 전조증상은 진즉에 있었다. 대학입학 정원은 소폭으로 감소되는 반면 학령인구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 어딘가 에서는 미달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령인구 격감이라는 예상된 상황속에서도 교육당국은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지 못했고 대학의 자구노력도 부족했다. 이제 벼랑 끝에 몰린 대학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강력한 처방이 해야 쓰나미는 막을 수 없더라도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안중 하나가 평생교육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도 평생교육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학령기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성인학습자에 대한 교육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100세 시대에 은퇴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금의 20대의 경우 평생직장은 무너진 사랑탑이고 평생 동안 일을 해야 하는 평생직업만이 있을 뿐이다. 경남도립거창대학에서 내년부터 운영하는 스마트귀농귀촌학과는 평생교육체제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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