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진주성-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30 13: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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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우주의 위성들이 제마다 제 갈 길을 질서정연하게 가고 있기 때문에 서로 충돌하지 않고 우주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가던 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궤도수정이라는 것을 스스로 하고 있어 공존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인간이 알 수 없는 우주의 섭리이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를 수시로 생각하며 아니든지 어긋났으면 궤도수정을 해야 한다.

지난 23일 쌍계사 방장 고산당 자혜스님께서 입적을 하셨는데, 춘래만상 생약동/ 추래수장 대차기/ 아어일생 환인사/ 금조수섭 귀고리. 라는 임종게를 남기셨다. 봄이 오니 만상이 약동하고 가을이 오니 거두어 다음을 기약하네, 내 평생 인사가 꿈만 같은데, 오늘아침 거두어 옛 고향으로 돌아가네. 로 직역되지만 소생을 시작으로 거두면서 다음을 기약하며 많고 많은 할 일이 남았는데 여기쯤에서 이 모두를 접고 거두어 옛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하셨는데 이는 인간본연의 갈 길이며 갈 곳일 것이다. 이 무지렁이가 감히 스님의 원적하심을 찬할 주재가 아니지만 스님께서는 우리가 가는 길을 일러주셨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짚어봐야 한다. 우리는 다음인 내일을 보장받기 위해 노력하고 거둔다. 어떠한 내일을 위하여 어떠한 방법으로 거두고 있을까. 먼저 가신 법정스님은 무소유라 하셨지만 세속의 삶에 어찌 무소유가 수용되겠는가. 구도의 길을 걷는 산승의 삶에서나 용인될 것이지 속계에서는 가당찮은 이야기다. 산사의 주련에 흔히 쓰인 ‘백년탐물 일조진’이라 하여 백년을 탐하여 얻은 재물일지언정 하루아침의 티끌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우리는 끊임없이 얻고 구하여야 한다.

다만 소비의 범주를 벗어나 금전의 마력에 매료되어 필요하지 않으면서 얻으려는 허욕이나 필요이상으로 넘치게 구하려는 과욕이 문제이다. 얻고 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필수 재화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물론 용이하지 않아서 경쟁도하고 투쟁도 한다. 수반되는 것이 도덕적 행위로 공존과 공영을 위한 정의로움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긋나도 한참 어긋났다. 모럴해저드에 함몰되어있다.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잊혀진다’, ‘투기는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다’,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꿀만 빨면서 살란다’ LH직원들의 토지투기 사건에서 나온 글이다. 도덕적해이가 팽배하여 죄악의 지경에 이르렀다. 공노하고 공분할 일이 어찌 이뿐이겠나. 사회전반이 잘못된 곳으로 가고 있다. 도덕적 궤도수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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